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강제성이나 세제 혜택 등이 빠지면서 그간 주목을 받아왔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중장기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7% 하락한 2647.0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13% 내린 867.4에 마감했다.
지수 하락은 저PBR 업종으로 묶이며 급등했던 종목들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공개 직후 급락한 때문이다.
최근 한 달 간 코스피 보험지수가 34.6% 급등한 것을 비롯해 증권 22.1%, 금융 21%가 오르며 지수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이날은 각각 -3.8%, -2.9%, -3.3% 떨어져 하락률 상위에 포진했다.
종목별로 보면 흥국화재(-11.9%), 한화손해보험(-11.2%), 한화생명(-9.6%) 등의 낙폭이 컸다. LG(-7.5%), SK(-6.8%), CJ(-6%) 등 지주사는 물론 저PBR 대형주로 꼽혔던 기아(-3.2%), 현대차(-2%)도 내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상법 개정 로드맵이나 자사주 소각 관련 법인세 혜택, 배당소득 분리 등의 구체성 있는 조치였으나 관련 제도 정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의 문제, 기업들의 반발, 세수 감소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내용이 모두 제외됐다"며 "그간 상승폭이 컸던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 현대차그룹주, 지주회사들의 실망 매물 출회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과 외국인 수급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1715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장 초반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매수 우위로 돌아서 90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기관의 매물 출회는 저PBR 수혜 업종에 몰렸다. 기아(-208억원), 신한지주(-199억원), KB금융(-170억원), LG(-139억원), CJ(-96억원) 등에 집중됐다.
이와 달리, 외국인은 저PBR주로 꼽히는 현대차를 299억원 순매수했고, 삼성생명(187억원), LG(135억원), 신한지주(117억원) 등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 정책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소연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관련주 조정은 '파는 조정'이 아니라 '사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5월 밸류업 2차 세미나가 계획돼 있고, 거래소의 관련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부족했던 부분이 보완돼 정책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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