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해하는 역량' 따라
고래를 춤추게 할수 있고
고래를 힘들게 할수 있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커버의 저주(Sports Illustrated Cover Curse)'라는 용어가 있다. 유명 스포츠 잡지 표지모델이 되면 슬럼프를 겪는다는 일종의 징크스다. 잡지 표지에는 당연히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선수가 모델로 등장한다. 그런데 왜 이런 징크스가 생긴 걸까. 사람들은 높은 기대치에 대한 압박이나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면서 나태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선수의 마음가짐 탓이란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기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였다면 다음 시합에서는 성적이 낮아지는 건 통계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평균 타율이 3할인 야구선수가 어느 날 5타수 4안타를 쳤다고 해서 다음 시합에서도 0.8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할 확률은 0에 가깝다. 또한 핸디캡이 18인 아마추어 골퍼가 어쩌다 70대 타수를 쳤다고 해서 계속 70대를 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극단적이거나 이례적인 결과는 평균의 방향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흔히 성공은 실력과 노력의 결과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은 개인의 평균 실력과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운이란 외부환경을 뜻한다. 뛰어난 실력자가 의도치 않았던 좋은 환경과 만나면 대박 성공의 결과가 만들어지게 된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예기치 못했던 안 좋은 상황이 되면 예선 탈락도 하게 된다. 실력과 노력이 성공이나 실패의 절대적 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원인착각은 구성원의 역량개발과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리더의 판단에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실력이 좋은 선수가 부진한 성적을 보였을 때 감독이 질타를 하여 다음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카리스마형 리더가 되고, 반대로 칭찬과 격려를 한 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온화한 리더십이 탄생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통계적 현상을 리더십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저 지도자 개인의 경험을 인과관계로 해석한 착각일 뿐이다. 선수는 어쩌다 부진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지만 결국 평균 성적으로 수렴하게 된다.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거둔 성공도, 온전히 자신의 실력이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이라는 결과편향으로 해석하면 구성원에게 내세울 수 있는 리더십 유형이 만들어진다. 안타깝게도 서점가에 유행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온갖 이름의 리더십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서점가에는 늘 '리더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들이 넘친다. 개념의 정의도 많고,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뜨고 쉽게 사라진다. 유행하는 리더십에 부화뇌동하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간혹 금메달을 안긴 스포츠 종목에서 혹독한 훈련이나 가혹한 체벌이 뛰어난 리더십으로 포장되기도 하며, 3t이 넘는 거대한 몸집의 범고래가 불가능해 보이는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건 조련사의 칭찬 때문이라는 내용의 책이 한동안 회자되며 칭찬 리더십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때론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칭찬의 역설'의 반격을 받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는 '모든 환경에 맞는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조직을 완벽하게 이끌어 갈 만능의 리더는 없기 때문에 외부환경과 비즈니스 성숙 단계, 직무특성 등 역할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구성원을 통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며 소통의 길을 여는 역할이 리더의 몫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청보다 지시가 대부분인 리더는 구성원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어떤 유형의 리더이든 하나의 자질만큼은 공통적으로 꼭 필요하다. 바로 '인간을 이해하는' 역량이다.
어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수도 있고, 어떤 칭찬은 고래를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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