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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현대차에 물린 개미, 눈물의 탈출기회 잡았다

저PBR로 주가 급등하자
이달 2조815억 순매도
전문가 "주주환원 주목
추가 상승 가능성 높아"

3년전 현대차에 물린 개미, 눈물의 탈출기회 잡았다
3년 동안 버틴 보람이 있었다. 현대차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현대차에 투자했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6조5138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달 중순 2435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개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현대차다. 한 달 간 2조815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서 내다 판 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18만100원(1월 22일)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16일 25만2500원을 터치하면서 올해 저점 대비 40.1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1년 1월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15조12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이익을 시현했다. 전년 대비 54.05%, 3년 전과 비교하면 이익이 6배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주가는 3년 전인 2021년 1월 11일의 26만7500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1년 동안 현대차의 주가는 17만~21만원에서 횡보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열풍이 현대차의 강세를 이끌었다. 현대차그룹의 양대산맥인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수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기아의 주가도 올해 들어 15% 이상 상승했고, 개미들은 기아 주식을 이달에만 약 4000억원어치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현대차는 최근의 주가 강세에도 3년 전 고점에 이르진 못했으나 개미들이 탈출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개미들이 현대차를 완전히 떠났다고 볼 순 없다는 분석이다. 거래량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이달 현대차의 거래량(10조2561억원)과 개미들의 매수 금액(4조3841억원)은 증시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개미들이 현대차보다 더 많이 산 종목은 신성델타테크와 엔켐 뿐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조정세가 단기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도 괜찮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시장 경쟁력, 다각화된 시장 포트폴리오 등을 반영해 이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는 정부정책의 인센티브와 기아와의 시가총액 격차 축소를 감안할 때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예상된다"며 "기업가치 저평가 구간을 지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저PBR 랠리를 주도했던 업종 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업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 연구원은 "실적 또는 업황을 나타내는 금리 흐름과 괴리가 큰 업종들의 주가 상승 지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흐름과 동행성이 강한 은행·보험 관련 종목의 상승은 어렵다"며 "반대로 금리와 주가 간에 '역'관계가 뚜렷한 자동차업종의 주가는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