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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연간흑자' 쿠팡, 중국 '알테쉬' 거센 공습 막아낼 수 있을까

'사상 첫 연간흑자' 쿠팡, 중국 '알테쉬' 거센 공습 막아낼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쿠팡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내고 매출 3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유통시장을 빠른 속도로 선점하고 있는 중국 직구업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가총액 2위 알리바바의 '알리 익스프레스', 3위 핀둬둬 홀딩스 '테무', 중국 '패션 공룡' 쉬인 등이 액세서리·공산품을 넘어 가구·가전·식품의 빠른 배송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이들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광고에 투입하고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판매자들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 업체가 부담하고 있는 관세에서는 자유로워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알리·테무·쉬인, 막대한 자금 앞세운 '쩐해전술'로 국내 시장 장악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직구 업체들이 무제한 광고비와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한국 판매자들을 입점시키는가 하면, 국내 업체에게 부과되는 관세와 인증취득 같은 노력 없이 중국에서 생산한 초저가 상품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에 중국발 직구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통째로 흔들면서 쿠팡이 이들의 거센 도전을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지난해 거둔 창립 이후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는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며 국내 물류센터를 100개 이상 지은 유통비용 절감 효과다. 이를 기반으로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와우 유료 멤버십 사업을 주력삼아 고객을 끌어들여 얻은 성과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29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0% 올랐고 연간 영업이익도 6174억원을 냈다.

쿠팡의 성장세와 비견될 만큼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구업체들의 국내 선점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1월 월간 사용자 수는 717만명으로, 1년 전(337만명)과 비교해 380만명 늘었다. 지난해 8월 첫 출시한 테무는 51만명에서 올 1월 571만명으로 6개월 만에 11배 폭증했다. 쉬인(221만명)도 지난해 1월 52만명과 비교해 4배 늘었다. 이들 세 업체, 이른바 '알테쉬'를 합친 사용자 수는 1509만명으로, 쿠팡(2982만명)의 51%에 육박한다.

알리와 테무는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국내에 퍼붓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6조원의 누적 적자를 감수한 끝에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지난 23일 기준 글로벌 이커머스 2위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1914억(255조원)으로 지난해 1308억달러(174조원)의 매출을 냈음. 테무와 쉬인을 보유한 3위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1748억(233조원)달러로 쿠팡(290억달러·38조원)과 비교해 6배 이상이다. 올해 미국 상장(IPO)를 준비하는 쉬인은 지난해 5월 자금 모집 당시 기업 가치를 660억달러(약 85조6000억원)로 평가받았고, 150여개국에 진출해 2022년에 230억달러(약 29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알리와 테무의 위력은 글로벌 톱 이커머스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한 해 미국에 2조2698억원(17억달러), 알리바바는 1조6816억원(91억위안)을 광고비로 쏟아붓고 있다. 국내서도 알리는 유명배우 마동석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온라인 광고를 늘렸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제휴마케팅의 경우, 알리와 테무가 개인이나 사업자 마케터들에게 지급하는 디지털 광고 수수료는 6~7% 수준으로, 소비자가 광고 콘텐츠를 클릭해 10만원어치를 구매하면 6000~7000원을 지급한다"며 "최근 프로모션 수수료가 10~20% 이상 치솟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의 디지털 광고 수수료는 2~3%에 불과하다.

물류센터 세워 배송 경쟁력도 갖출 듯...관세·인증은 없어 '역차별'

알리와 테무는 쿠팡의 배송·반품·상품의 성공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한달이 넘던 배송 기간이 지난해 봄부터 5일 배송으로 줄었고, 올해엔 1~3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연내 국내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최근 대형 가구와 가전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도 출시했다. 동원F&B, LG생활건강, 한국피앤지 등 국내 식품사와 생활용품업체들이 'K-베뉴'에 속속 입점하면서 식품과 생활용품에도 진출했다. 당분간 입점과 판매수수료를 면제하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으로 소비자 저변을 넓힌다는 것은 중국 직구업체들이 그동안의 소비계층인 20~40대 남성뿐 아니라 여성층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쿠팡이 다각적인 서비스 혜택의 '와우 멤버십'처럼 소비자를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국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건립한 쿠팡과 비교하면 중국 업체들의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지역이 일부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가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지만, 쿠팡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로켓배송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천문학적인 광고비로 미국시장에서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만큼 이들의 국내 잠식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구업체는 국내 판매업자들이 부담하는 관세를 내지 않고, KC인증 취득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각종 유사상품과 '짝퉁'을 포함해 무차별적인 초저가 물량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판매자들은 중국에서 똑 같은 물건을 떼어올 때 150달러 미만 제품은 관세를 내고, 화장품이나 유야용품 등은 품질을 보증한 KC인증을 받는 비용을 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토종 이커머스 매출이 잠식당하고, 소매 유통 질서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온라인 유통의 주도권을 내주면 제조와 물류, 서비스까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