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웹2.0 시대는 실리콘밸리가 주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웹3.0 시대는 아시아가 주도한다. 아시아는 웹3 시대의 가장 경쟁력이 있지만 가장 저평가돼 있는 대륙이다."
아시아 전문 리서치·컨설팅기업 타이거리서치의 김규진 대표(
사진)가 타이거리서치를 하는 이유이자, 아시아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비전이다. 김규진 대표는 4일 아시아 블록체인 시장이 왜 '저평가 우량주'인 지를 이렇게 분석했다.
■"베트남·필리핀 입지 달라져"
우선 '중간자적 입지'가 가장 큰 강점이라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북미·유럽의 선진국, 중남미·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중간에 있는 점이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웹2.0 시대를 주도한 북미와 유럽은 웹3.0에 대한 효능감이 적다. 또 이미 촘촘해진 금융·기술 규제가 블록체인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이는 한국과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대로 웹3.0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사실상 무법지대와 같고, 소득이나 교육수준, 국가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 않다.
김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정치·경제적 안정성이 높지만 젊고 열망이 있는 유저들, 개발자도 많다"며 "미국 등지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국가별로 '특화된 강점'이 있다는 대목이다. 웹3.0 시대에 국가 위상이 가장 많이 달라진 나라는 베트남이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 베트남은 개발도상국 중 하나였으나 웹3.0 시대에는 '블록체인 개발자 공장'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주요한 플레이어로 올라섰다"며 "베트남 게임사인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엑시 인피니티(AXS)'와 '로닌' 생태계의 성공은 베트남의 젊은 개발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은 블록체인 게임 커뮤니티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국가이고, 말레이시아는 코인게코와 이더스캔 등의 프로젝트를 배출했다. 싱가포르는 크립토 친화적인 규제로 동남아시아 블록체인의 허브로 이미 자리 잡았다"며 "인도네시아 유저들은 돈버는게임(P2E), 외환송금·트레이딩 등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올해가 韓 블록체인에 가장 중요한 해"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나라'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단연코 한국"이라고 했다. "웹3.0 시대의 킬러 콘텐츠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그는 "한국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압도적인 콘텐츠 강국"이라며 "웹3도 콘텐츠 산업 위주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렵지만 미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높은 것도 웹3.0 시대에서는 큰 강점이다.
김 대표는 일본과 비교하며 우리나라 시장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마운트콕스와 코인체크에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대규모 해킹을 겪은 후 웹3.0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보냈지만 최근 정부 주도로 규제를 풀어주면서 전통 금융권,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단위에서는 글로벌 선도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에서는 이른 시기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전통 금융권의 움직임은 아직 약하지만 개별 게임사들의 프로젝트,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열성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크래프톤의 '오버데어' 등 웹3 게임들이 출시 예정이고, 선거를 통해 다양한 규제 완화도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웹3.0 산업에 있어서 올해는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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