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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금값'된 금 가격 "이제 시작" vs. "지금이 고점"

진짜 '금값'된 금 가격 "이제 시작" vs. "지금이 고점"
글로벌 금 ETF 자금은 북미, 유럽권에서 순유출되고 아시아권에서 순유입되고 있다. 사진=세계금협회(WGC), 하나증권


[파이낸셜뉴스] 3월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금값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을 지탱하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매입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금 가격이 이달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금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온스당 2158달러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미국 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47.8p로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신규 수주와 생산이 모두 위축 국면에 머물면서 경제지표가 다소 약화되자 연준의 금리 인하에는 도리어 긍정적인 신호라는 인식이 동반되며 금 가격이 오른 것이다.

금 가격이 2100달러선을 돌파하자 기술적인 수요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위축을 우려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금 실물을 활발히 매
입하고 있는 현상을 금값 상승의 이유로 들고 있기도 하다.

실제 지난 1월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입 현황을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의 금 ETF 자금은 큰 폭으로 유출된 반면, 아시아에서의 금 ETF 자금은 순유입됐다.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화보유고 중 금 보유량은 15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보여주는 금, 구리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리스크 회피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 보유 비중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통상적으로 동일한 궤적을 보이던 금 가격과 글로벌 ETF 내 금 보유 규모 간에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금 선물의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도 약화되는 중이어서 금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금 가격의 본질적 상승을 위해서는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아직 미 달러와 금리 모두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실질금리가 하락하려면 명목금리의 하락 속도가 물가 안정 속도보다 빨라야 하는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서서히 전개될 것으로 보여 실질금리 하락이 제한되고 있다"며 "6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미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유효하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도 제한돼 금 가격이 일방적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는 "금 가격은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나, 현재 가격은 밴드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