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회장 승진 18년만에 신세계 회장에 오른 정용진 회장은 주력 회사인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시험대에 올라섰다. 정 회장은 업계 1위 자리를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 사업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신세계 유니버스'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신세계를 어떻게 구해낼 지, 그동안 정 회장의 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예상해봤다.
■"신세계가 1위 회사가 맞는지 분명한 답 내놔야"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신세계가 1위 회사가 맞느냐는 시장과 고객의 물음에 2024년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공습으로 기존의 유통 강자들이 위협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특히 신세계의 주력인 이마트가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낸 상황이다. 실제로 회장에 오른 첫날 정 회장은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신세계건설 문제와 이마트 수익 개선, 온라인 사업 실적 개선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이마트는 가격경쟁력을 강화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점포 확대 등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은 통합 소싱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소비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하다"
정 회장은 또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나빠진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신세계건설 레저사업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며 레저사업을 일원화했으며,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인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사업부로 통합한 바 있다.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미래먹거리 발굴이라는 과제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을 인수를 진행한 바 있어, 또 다른 인수합병을 진행할 지가 관심이지만 기존에 인수한 기업들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
정 회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신세계의 모습은 무엇일까.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 회장은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를 사업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다. 사업장의 개념을 단순히 돈을 쓰는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시간을 쓰러 오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SSG닷컴·G마켓·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스타벅스 등을 묶은 온·오프라인 통합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 클럽'을 론칭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아직 초기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올해도 '신세계 유니버스' 확대를 위한 계열사간 시너지를 공고히 만드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라"
정 회장은 2020년부터 신년사를 통해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라"는 단어를 3번이나 사용했다. 지난해 리뉴얼한 이마트 연수점을 찾은 자리에서도 "오프라인의 미래는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 혁신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야 하라는 말은 기존 사업의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장경영에도 적극적이었던 정 회장이 지속적으로 이같은 행보를 이어나갈 지도 관심사다. 또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 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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