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미국 그로스 펀드(주식-재간접형)
피투자펀드, CIO들이 직접 운용
성장성 등 기초체력 분석에 집중
테마 투자는 구미가 당기지만 장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따라 붙는다. 공모펀드 매니저들도 늘 빠지는 유혹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흐름을 돌보듯하고, 오로지 '수익성'에 근거해 재투자 기업을 선별한다는 철학을 지키는 역외 펀드가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은 여기에 재간접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AB 미국 그로스(주식-재간접형)'의 최근 3개월 수익률(7일 기준)은 16.41%로 집계됐다. 기간을 6개월과 1년으로 넓히면 수치는 각각 18.73%, 36.12%로 높아진다. 현재 설정액은 7946억원이다.
지난 2010년 3월 29일 국내 설정된 이 상품은 'AB SICAV I -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에 재간접투자하는 공모펀드다. 해당 피투자펀드 운용에는 공통 최고투자책임자(CIO) 3명, 전담 리서치 애널리스트 11명이 붙어 있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재투자할 종목을 추리는 것이 특징이다. 특정 테마로 투자 집중도가 높아져도 해당 기업들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편입하지 않는다. 이때 기술, 임의 소비재 등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전 산업을 시야 범위에 둔다. 투자철학에 부합한다면 업종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잠재력'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동안 수익성을 보여줬어야 한다. 통상 40~60개 종목을 뽑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실제 5년 수익률이 90%대를 가리키는 등 이 전략은 장기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철저한 상향식 리서치를 거친다는 점도 구별점이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거시환경 영향력은 크나 이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우량성, 수익성, 성장성 같은 기초체력(펀더멘털) 분석에 무게를 둔다"며 "거시경제가 변동하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민감도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종목별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난해에는 소수의 대형 기술주가 시장 전체를 견인했으나 이제는 그동안 우수한 성장주임에도 소외됐던 기업들 위주로 밸류에이션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큼지막한 기술주들은 기대 만큼의 실적을 증명하지 못하면 올랐던 주가를 뱉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나 주목도가 떨어졌던 종목들은 성적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반도체, 기술주 이외의 우량 성장주들은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진 상태다. 특히 미국이라는 지역은 거시 불확실성 요인들로부터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시장이다.
이 매니저는 "해당 펀드는 이에 대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부의 축적을 목표하는 연금 투자자들에게도 적합한 상품"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투자시점을 골라 펀드에 가입하는 '타이밍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매니저는 "198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의 롤링 3년 연환산 수익률은 11.1%였지만 이 기간 가장 성과가 좋았던 5영업일 간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해당 수치는 3.9%로 급락한다"며 "단기 변동성에 따라 매매를 돌리기보다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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