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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파괴일까, 새로운 도전일까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AR 기기 쓰고 본 오페라 '파르지팔'

전통 파괴일까, 새로운 도전일까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매년 7월 말이면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바이로이트로 전 세계 바그너 팬들이 모여든다. 오직 바그너의 음악과 작품만을 연주하는 특별한 축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바그너의 오랜 팬으로서 이곳을 방문해 오페라 '파르지팔'을 감상했다. 해당 공연은 오페라에 증강현실(AR)을 처음 도입한 작품으로, 쇠퇴해가는 종합예술의 고통과 구원의 모티브를 다룬 공연이었다.

일부 관객은 AR 안경을 쓰고 관람했는데 관객들의 머리 위로 달과 움직이는 구름을 볼 수 있고, 발밑으로는 갈라진 표면도 볼 수 있었다. 관객은 자신이 인식하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해 '레지테아터(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연출)의 극단적인 사례' '오페라의 전통을 무너뜨렸다' 등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오페라인으로서 안타깝지만 세대가 변할수록 오페라는 관객들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뮤지컬 등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스펙타클을 오페라에서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든다. AR 기술과 같이 혁신적인 도구를 활용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다양한 매력의 오페라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성인들에게 어려운 음악으로 여겨지는 현대음악은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된다. 그들은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받아들이게 되고. 첼로를 긁고 두드릴 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현대음악은 색다른 경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음악적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하는 경험은 청각적으로 원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한 청중이 되게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즐길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오페라는 모든 예술 형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음악, 연기가 조화롭게 결합하고 교육적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감동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오페라는 소수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 장르가 되었으면 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