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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의 실사구시] 연금개혁의 이상과 현실

먼저 모수개혁 국민 합의
상호간 이해와 인내 요구
구조개혁 논의 이어가야

[김용하의 실사구시] 연금개혁의 이상과 현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를 지난 1월 31일에 발족시켰다. 연금개혁특위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의무가입 상한연령 및 연금수급 개시연령 조정, 퇴직급여제도 개선방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방안 등 7개 의제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공론화는 교착상태에 있는 연금개혁을 타개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하고,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연금개혁은 어떤 국가에서나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어려운 것은 연금개혁의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호황기에 두터운 공적연금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선시행했고, 인구고령화로 재정문제가 발생하자 대응방안으로 연금개혁이 추진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노후소득보장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노후소득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있는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따른 연금재정 문제가 제기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상충된 성격을 가진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목표에 대해서 노사, 여야가 이들 목표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개혁 목표는 다르지만 연금보험료율을 현재 소득 대비 9%에서 더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컨센서스가 있으나, 어느 정도 보험료율을 올리느냐에 있어서도 이상과 현실에서 큰 차이가 있다. 2023년의 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에서 현재 20세의 가입자가 기대수명에 도달하는 시점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율을 소득 대비 15%로 향후 10년 내 상향 조정해야 하지만, 가계나 기업 입장에서는 연금보험료율을 단 1%를 올리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2023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1.4%로 낮고,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경제여건에서 연금보험료율을 높여야 하는 당위성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적정한 수준의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초저출산·초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에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정합성 있게 효과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기능과 역할 조정을 통해 주어진 재원으로 노인빈곤율을 최대한 낮추면서 일정 수준의 소득보장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소득의 8.33%나 되는 높은 비용부담을 가진 법정 퇴직연금을 노후소득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개혁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제도적 형평성 문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방향이 잡혀야 국민연금 개혁이 동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연금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조정과 비교할 수 없는 지난한 국민적 합의 과정이다.
따라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면 이를 추진하면서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모든 국민의 안정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만드는 것이 연금개혁의 목표이지만 세대별, 소득계층별, 직역별 가치판단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인구증가율, 경제성장률, 이자율, 임금상승률 등 각종 경제변수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성하에서 형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해답을 찾는 일은 최고 성능의 슈퍼컴을 동원해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 연금개혁의 선상에서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상호 이해와 인내가 요구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