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당시 (배역)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노인을 흉내 내기보다 소리로 표현하는 리어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소리꾼 김준수(33·사진)가 2년 만에 다시 늙은 왕 리어로 돌아왔다.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 중인 그는 "그 어떤 연기보다 리어의 감정에 집중하는 순간에 자연스러움을 느꼈다"며 50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캐릭터에 몰입한 비결을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재창조한 국립창극단의 '리어'가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리어'는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고,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한승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 작품. 여기에 무용·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 오가는 안무가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고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리어를 맡는 등 드림팀이 꾸려지면서 초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셰익스피어 비극과 창(唱)의 한 서린 울부짖음이 최상의 조화를 빚어냈다'는 호평도 얻었다.
김준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농익은 소리와 깊어진 연기로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1막 후반부 증오와 광기, 파멸의 소용돌이 속 리어가 독창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리어의 분노와 배신, 허망, 다양한 감정들이 폭발하는 신이기 때문에 가장 힘이 들고 에너지가 배가 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위해서 1장부터 쌓아가는 리어의 감정선에 집중합니다. 그랬을 때 1막 후반부에 터지는 독창의 에너지가 배가 되더라고요. 2막 후반부에 (막내딸) 코딜리어를 다시 만나 지난 후회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노래하는 신이 있습니다. 그 신은 할 때 마다 눈물이 나고 가장 인간적인 리어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에 와닿습니다.”
또 전통 창극과 차별화된 매력을 묻자 “전통 창극은 다섯바탕(흥보전,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각각의 맛이 있다면 ‘리어’는 다섯 바탕의 맛을 다 느껴볼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며 ‘답했다.
한편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무대도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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