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업체의 공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입장에서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C커머스들이 여러 규제를 받는 국내 이커머스 쇼핑몰들과 달리 판매하면 안되는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업체와 동등한 기준으로 규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국내 업체들의 '역직구'도 적극 지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판매금지 또는 판매제한 물품' 명단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총포 도검 금지·의료기기·안전인증 거친 전기용품·생활용품·어린이용품, 청소년유해 음란물 등 약 15가지에 이르는 법으로 판매 원천 제한하거나 조건부 허용(인증 및 승인)하고 있다. 이를 알리와 테무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최소 7~8가지 이상의 법을 위반하고 있다. 정품의 10분의1 가격도 되지 않은 명품 시계나 운동화 같은 상표법·저작권법 위반 제품은 기본이고, 식약처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판매해야 하는 국내와 달리 알리 익스프레스는 약사법·건강기능식품법상 국내 유통이 제한된 멜라토닌(불면증 치료제) 등을 버젓이 판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법상 안정인증이 없으면 팔 수 없는 '부탄가스 라이터'나 배터리 충전지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국내 업체들과 같은 법을 알리 등 중국 직구업체에 적용하면 과태료나 벌금 액수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령 멜라토닌의 경우, 불법 유통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안경의 온라인 판매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KC인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 장난감과 용품들도 알리 등 중국 직구업체에서 검색시 수천개가 뜬다. 어린이 제품을 KC인증 없이 판매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 등에 처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법을 준수하며 법에 저촉되는 상품을 아예 팔지 않지만, 중국 업체는 한국 시장을 '치외법권' 지대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국내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법인과 똑같이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는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업체들의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각종 위해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미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 부처마다 담당 소관 분야가 제각각인만큼, 관세법 개정이나 시행령 등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와 동등한 기준으로 금지 상품을 적시하는 법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역직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경우 지난 2022년 10월 대만에 직매입 기반의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을 진출했고,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1년간 1만200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현지 진출했다. 대만 시장 역시 일반 오픈마켓과 달리 로켓배송 모델은 쿠팡이 배송과 고객응대(CS), 통관, 마케팅 등 모든 절차를 대신 해주는 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G마켓 역시 몽골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현지 이커머스 업체인 쇼피와 업무헙약을 체결했다. 해외 역직구 우수 상품을 엄선해 쇼피에 제공하고 자체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역직구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나 인센티브 혜택 등 해외 판로를 키우는 업체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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