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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베이비부머 ‘은퇴쇼크’ 현실?...60세 이상 매도 급증, 집값은 [부동산 아토즈]


700만 베이비부머 ‘은퇴쇼크’ 현실?...60세 이상 매도 급증, 집값은 [부동산 아토즈]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매도인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이 최근 들어 40%대에 근접하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집값을 끌어내리는 '베이비부머 쇼크'가 현실화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면서 가입자가 늘고, 30대가 새로운 매수세력으로 등장한 점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파이낸셜뉴스가 법원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의 60세 이상 매도인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는 2010년부터 제공되고 있다. 집합건물 대부분은 아파트다.

60세 이상 아파트 매도인 비중은 2010년에는 21.5%에 불과했다. 이후 2013년에 26.1%로 상승했고, 2020년에는 30.2%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이후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2021년 33.1%에서 2022년에는 37.9%까지 치솟았다. 2023년 35.1%로 소폭 떨어졌지만 팔린 아파트 10채 중 3채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2020년은 1차 베이비부머 첫 세대(1955년생)가 65세가 되는 시점이다. 통상 정년(60세) 이후 4~5년이 지나면 노동시장에서 대부분 은퇴하게 된다. 이때부터 60세 이상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이다.

고령층 매도가 늘어난 것을 놓고 700만 베이비부머 은퇴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가져다주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이 줄면서 집을 팔려는 고령층 매물이 폭증하면서 집값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쇼크는 '집값 폭락론'의 주요 근거다.

고령층 매도 비중 증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집값 폭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집값 폭락 단초가 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고령 1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연금 가입이 늘고 있고, 60세 이상 다주택자들이 비우량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도인 비중이 상승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60세 이상 매도인 비중 증가는 예전에 볼 수 없는 수치지만 생계형 다운사이징으로 볼 수 없다"며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30대가 매물을 소화하면서 주택시장의 활발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현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예전과 달리 연금도 활성화 됐고, 고령층들도 현재 지역과 평형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집을 내놓은 60세 이상 계층에서는 생계형도 있지만 좀 더 넓은 평형으로 옮겨가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 미래가치가 없는 집들이 시장이 나오면서 초양극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