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 대표 "1분기 바닥 찍는다
고부가가치 비중 높여 체질 개선"
LC타이탄 매각설엔 "옵션 고민 중"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
석유화학 불황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최근 매각이 불발된 파키스탄 법인을 연내 재매각한다. 올해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다.
시장에서 꾸준히 나오는 말레이시아 LC타이탄 매각설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은 26일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파키스탄 법인 매각 불발은 사실 양측 모두 귀책 사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초에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었지만 1년 사이 경영 환경이 바뀌어 매수자 쪽에서 계약적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각이 불발 됐지만 회사 전략적 포지션은 여전히 동일하다"며 "올해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재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 15일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리미티드(LCPL)의 보유지분 75.01% 전량을 파키스탄 화학 회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에 매각하려던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최근 꾸준히 나오고 있는 LC타이탄 매각과 관련해서는 "지금 LC타이탄 관련 사내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 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해 여러 가지 좀 전략적 옵션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지분 74.7%를 보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상장사로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차오그룹 등으로부터 1조5051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흑자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4·4분기와 올해 1·4분기가 거의 바텀(바닥)이라고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흑자전환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7626억원, 33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 동안 본 영업손실은 1조원이 넘는다.
이 대표는 올해 고부가가치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올려 화학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하겠다"며 "화학그룹 내 5개사 포트폴리오로 나눠서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신사업으로 내세운 전지 소재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신중하게 투자 검토를 하고 있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그는 "(전지 관련 사업이)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문제도 생기고 있고 미국 대선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결정에) 신중한 모드로 가고 있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역량을 계속 확충하고 투자하는 방향성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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