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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된 가운데 주주행동주의가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들이 철옹성 같은 기업 이사회를 뚫었을 뿐 아니라 사측도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행동주의 열풍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진단이다.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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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JB금융·KT&G 이사회 진입 성공
3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JB금융지주 정기 주총에서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김기석, 이희승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사외이사 선임 투표에서 두 후보는 나란히 득표 1·2위를 차지하며 이사회에 입성했다. 특히 김기석 이사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로 선임된 최초 사례다.
앞서 얼라인 측이 사외이사 및 비상임이사 후보로 이남우·김기석·백준승·김동환·이희승 등 5명을 추천했지만 JB금융은 이 중 이희승 이사만 JB금융 이사회 추천 후보로 올린 바 있다. 나머지는 현 이사회가 추천하는 후보로 채우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김기석 이사는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역대 금융지주 주총에서 주주가 직접 안건을 상정해 유의미한 표 대결을 거쳐 주주제안 이사 후보자가 선임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특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지지해줬다"며 "두 명의 이사만으로는 이사회 결의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이 선임되면서 JB금융 이사회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개최된 KT&G 주총에서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함께 제안한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외부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번 손동환 교수의 입성을 계기로 KT&G에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등의 숙제가 안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FCP와 기업은행이 반대한 방경만 수석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그쳤지만, 전·현 경영진에 대립각을 세운 FCP와 기업은행이 추천한 외부 인사가 새로 합류하면서 주주들의 경영 감시가 더 강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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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태광산업·에스앤디
올해 주총에서는 사측이 주주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랐다.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태광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9일 열린 주총에서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이 추천한 3명의 사내외 이사 후보를 모두 선임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가 사외이사로, 정안식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입성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것은 지난 2007년 장하성 펀드 이후 17년 만이다.
특히 김우진 교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지배구조 연구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이번 주주제안 수용을 계기로 주주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2일 에스앤디 주총에서도 2대주주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제안한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소각 안건이 통과됐다. 여경목 대표 등 최대주주 측이 찬성하면서 만장일치로 별도의 표결 없이 의결됐다. 사측이 주주제안을 수용한 데 이어 주주환원에 찬성표를 던진 데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 등 주주제안이 의미 있는 결과를 거두면서 주주행동주의와 주주가치 제고에 더 다가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승리로 기업들은 위기감을 더욱 느낄 뿐 더러, 특히 집중투표제의 힘을 인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집중투표제는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대신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번 JB금융, KT&G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됐다.
한 행동주의펀드 대표는 "대주주 비율이 높은 국내 기업 특성상 주주제안이 통과되기는 매우 힘들다. 때문에 이번 JB금융이나 KT&G 같은 사례들이 나오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집중투표제가 실질적으로 이용돼 성과를 거둔 것도 거의 처음이라 의미가 크고, 향후 주총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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