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장르 영화 '파묘' 천만 흥행
관객과 굿판 벌이는 '굿어롱' 상영회
경문 담긴 '대살굿집', '파묘맛소금' 인기
3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파묘 굿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CGV 측에서 제공한 '파묘맛소금'. 사진=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 많은 사람이 다 같이 굿판을 벌인다고?"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3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파묘 굿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굿어롱' 상영회는 음악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에서 주로 진행했던 ‘싱어롱’에서 착안한 행사다. 관객들은 영화 관람 중 경문을 따라 부르며 영화 속 'MZ무당'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소한 이벤트라는 점에서 기자도 뭔가에 홀리듯 예매했다. 하지만 예매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천만 흥행' 영화 답게 '굿어롱' 상영회 역시 전석 매진이었고 매일 빈 좌석을 체크하며 보낸 일주일, 드디어 관람 몇 시간을 앞두고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극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바 '파묘 마니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우선 개봉 이후 독보적인 비주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봉길(이도현 분)의 축경 타투 스티커를 얼굴에 붙인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파묘' 포스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파묘 굿어롱'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3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파묘 굿어롱 상영회’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사진=한승곤 기자
그런가 하면 일부 관객은 경문을 어떻게 따라 부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20대 대학생 최 모 씨는 "극장에서 '대살굿집'을 나눠준다"면서 "이걸 보고 따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파묘를 여러번 관람하는 'N차 관람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파묘를 두 번째 본다고 밝힌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굿어롱 상영회라) 김고은 배우가 대살굿을 할 때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컬트라는 장르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굿어롱' 상영회가 시작되는 오후 8시. 입장이 시작되자, 관객들이 모여들었고 이내 긴 줄을 형성했다. 입구에서는 CGV 측에서 제공하는 파묘 경문이 나와 있는 '대살굿집'과 '파묘맛소금'을 받을 수 있었다. '대살굿집'은 극 중 무속인들이 외우는 경문이 담겨있어, 관객들도 영화 속 무속인과 함께 경문을 외울 수 있다.
또 관객들 사이에서는 집에 갈 때 소금을 꼭 몸에 뿌리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20대 한 커플은 "집에 갈 때 서로 몸에 소금을 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잘 때 가위에 눌리면 경문을 외우겠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 속 대살굿의 가사집. 기자도 영화 관람 중 무서움을 극복하고자, 경건한 마음으로 경문을 읊었다. 사진=한승곤 기자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관객들은 '대살굿집'을 마치 부적으로 여기듯 손에 꼭 쥔 채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경문을 크게 외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각자 앉은 자리에서 '대살굿집'을 꺼내 주문을 외우듯, 경문을 읽어가는 관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도 '대살굿집'을 꺼내, 경문을 읽어내려갔다. 단순한 활자를 읽는 것에 불과하지만, 영화 스토리와 맞물려 마치 'MZ무당'이라도 된 듯 혹은, 영화 속 목격자가 된 듯, 그렇게 '파묘'의 몰입감은 배가 됐다. 특히 영화가 끝났을 때는 아직 자리에 남아 경문과 함께 스크린을 촬영하는 관중들도 많았다. 오컬트 장르 영화 파묘가 일종의 놀이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파묘의 인기는 현재 진행중이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전날 8만7996명의 관객을 모으며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1062만7293명이다.
'파묘'는 앞서 개봉 32일째인 지난 24일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악령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오컬트 영화가 1천만 명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파묘 굿어롱 상영회’. 예매 전광판이 객석 단 6석이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파묘'는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은 오컬트 미스터리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거액을 받고 부잣집 조상의 묘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K-오컬트'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장재현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천만 영화인 '파묘'로 한국 오컬트 장르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한편 '파묘'를 연출한 장 감독은 천만 흥행의 공을 관객에게 돌렸다. 장 감독은 무대 인사를 통해 "결국 마지막에 '파묘'를 완성해 주시는 분은 관객분들인 것 같다"며 '파묘'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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