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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택배' 전담하던 CJ대한통운, 다음 계약도 따낼까

CJ, 통관계약 5월 택배 6월 종료
알리, 국내택배사 가격경쟁 유도
업체 선정방식 경쟁입찰로 변경
소형화물 강점 CJ와 협력 지속 전망

'알리 택배' 전담하던 CJ대한통운, 다음 계약도 따낼까
지난해 3월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가 알리익스프레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국내 택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1년간 수입통관 및 택배 운송을 맡길 택배사 선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리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업체가 알리 물량을 따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는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통관·택배를 맡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 주요 택배사들에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냈다. 현재 알리 배송은 중국 현지 집화, 웨이하이항 물류센터 입고, 중국 통관, 한국 통관, 한국 배송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중 한국 통관과 배송을 맡길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당초 알리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 2022년 말부터 CJ대한통운과 수의계약을 맺고 통관·배송을 맡겨왔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이 알리 물량의 80%가량을 맡고, 한진, 우체국 등이 나머지 20% 물량을 담당해 왔다. 업계는 지난해 CJ대한통운이 담당한 알리 물량이 약 3000만 박스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알리는 CJ대한통운과의 통관계약이 5월 말, 택배 계약이 6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회사 내부 규정에 맞게 경쟁 입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업체들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택배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알리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데다가 알리를 통한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의 2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620만8155명으로 전년 263만663명 대비 13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알리의 택배 물량 역시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알리의 택배 물량은 월평균 500만~600만 상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알리의 케이베뉴(K-Venue) 성공 시 물량은 월 800만 상자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알리와 CJ대한통운과의 주계약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계약 업체를 변경할 경우 구축해야 할 물류설비, 시스템 안정화 등에 최소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알리의 국내 반입 물량 대부분이 소형화물이라는 점에서 CJ대한통운이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진의 경우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테무의 메인 배송을 맡고 있어 알리의 쏟아지는 물량을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은 올해 테무 물량의 약 70%를, 알리 물량의 약 10~15% 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알리가 이번 입찰서류를 통해 제시한 물동량도 또 다른 변수다. 알리는 이번 입찰 공고를 통해 1235만건(2024년 3월~2025년 3월)의 물동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올해 알리가 처리할 전체 물량 대비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입찰 규모가 너무 작고, 시기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취급 물품이 다양화되는 시점"이라며 "이번 입찰이 기존 CJ대한통운이 처리하던 물량에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시장 성장 노리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소형택배에 강점이 있는 CJ대한통운과 계속 협력할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알리 관계자는 "현재 CJ대한통운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입찰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