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사업자 과도한 처벌 개선… 불명확한 법 조항 바로잡겠다" [헌재로 가는 중대재해]

중소기업계, 헌법소원심판 청구
"어려운 경영환경에 과중한 부담"
헌재, 30일 이내 심리여부 결정

"사업자 과도한 처벌 개선… 불명확한 법 조항 바로잡겠다" [헌재로 가는 중대재해]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원실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확대 적용된 지 약 2개월 만이다. 중소기업계가 그간 요구해왔던 유예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들은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불명확한 법 조항과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9개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와 제조업, 건설, 도소매, 어업 등 다양한 업종 중소기업인, 771만개의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그간 중처법 유예 연장을 요구해왔다. 앞서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와 3고 복합위기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예안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최후의 수단으로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 유예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라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들은 중처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리 등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인데 중처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정해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간접 행위자인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처벌을 하는 점에서도 부당하다"며 "사업주의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쉽게 예측 못해 중소기업 대표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지난 1월 27일부터 중처법 적용을 받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헌법소원에 드는 비용은 청구인들이 분담하고 중앙회는 일부 자문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자로 중처법 관련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됨에 따라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30일 이내 1차 판단(사전심사)을 통해 중처법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30일이 지날 때까지 각하 결정이 없으면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처법의 위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만일 추후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취지에 따라서 법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개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