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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정책 실종 한국…민간 싱크탱크 활성화돼야"

윤형중 LAB2050 대표
코로나19 재난 소득 첫 제안자
정당은 선거만 집중해 정책 빈약
기업·시민도 정책 플레이어 뛰고
정당도 민간과 협업에 투자해야

[fn이사람] "정책 실종 한국…민간 싱크탱크 활성화돼야"
윤형중 LAB2050 대표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정책의 중요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정책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주체는 보이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윤형중 LAB2050 대표(사진)는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민간 싱크탱크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출범한 LAB2050은 2050년 즈음의 미래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게 연구와 공론화에 집중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LAB2050은 설립 당시부터 '다음 세대 정책 실험실'을 표방하며 정책 실험(policy experiment)의 개념과 사례를 알려 왔고, 서울시의 '안심소득'과 경기도 연천군의 '농촌 기본소득' 등이 이런 정책 실험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윤 대표 개인은 2020년 초 코로나19 초기 국면에서 '재난 기본소득 지급안'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시한 인물이다.

그런 윤 대표가 보기에 저출산·양극화·기후 위기 등으로 파국이 예견되는 상황임에도 지금 한국 사회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낮다. 정책이 '역대급'으로 실종된 이번 총선 정국만 봐도 그렇다.

이처럼 정책이 낮은 대우를 받는 이유 중 하나를 윤 대표 등은 '싱크탱크 생태계 단종화'에서 찾는다. 윤 대표는 "싱크탱크 하면 기업·시민 사회·정당 싱크탱크 등 여러 형식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국책 연구 기관 정도만 의미 있는 플레이어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 연구 기관의 근본적인 한계는 책임감 미비다. 윤 대표는 "현실의 정책을 만들려면 정책 설계뿐 아니라 이후 공론화 작업 참여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경험해 봐야 한다"며 "국책 연구 기관 연구자들에게는 보고서 발행 후 '애프터서비스'까지 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싱크탱크 생태계를 보면 민간 싱크탱크에서 정책 분석과 설계, 입안에 참여한 사람이 정당이나 정부로 가 정책 실행에도 참여하는 일이 흔하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는 그가 싱크탱크로 돌아가 연구를 이어가는 데 자양분이 된다. 민간 싱크탱크는 정계 등과 인재를 순환시키며 정책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의 민간 싱크탱크 활성화는 그들의 활발한 후원 문화 등에 힘입은 것이다.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윤 대표는 "민간 싱크탱크들이 성과를 많이 보여 줘야 후원 등 문화도 생길 것 같다"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기도 하지만 기반이 생기기까지는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자원을 갖춘 정당 등이 민간 싱크탱크와 활발하게 협업하는 '정책 허브'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윤 대표는 "지금 정당들은 '선거 정당'이라 늘 선거를 치르는 데만 모든 역량을 쏟는다"며 "정책에는 정말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느냐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생태계 한 축으로서 정당 자체도 '정책 정당'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윤 대표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에 참여해 혁신안 중 '공당의 정책 정당화'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당시 혁신위는 △'정책 스피커' 역할을 할 정책 최고위원 임명 △상임위원회 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그림자 내각(책임 국회의원) 구성 △시대 흐름에 맞는 정당법상 유급 사무직원 수 제한 완화 등을 제시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