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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2세 경영' 오너 3~4세가 한국경제의 중추됐다

'막내리는 2세 경영' 오너 3~4세가 한국경제의 중추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왼쪽부터). 각 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을 추진한 것은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승계구도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 6위인 한화까지 차기 경영 승계의 윤곽을 드러내면서 오너 3·4세 경영체제 구축 차원의 사업재편 바람이 재계 전반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한화·효성, 형제간 승계 구도 윤곽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등에 이어 재계 5위 이하 그룹들의 오너 3·4세들이 사업개편, 계열분리, 사내 대표이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올 들어 3세 경영을 위한 가파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한화와 효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을 묶어 신설 지주사로 떼내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핵심인 우주·방산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경영 능력을 증명한다면, 승계의 명분도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재계는 이번 사업개편으로 사실상 김 부회장 중심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달 말 5년 4개월여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으며 장남인 김 부회장을 지원사격했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명예회장의 별세와 맞물려 3세 경영의 승계구도를 정리했다. 그동안 한 지주사 아래 있던 3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계열 분리 추진을 통해 독자노선을 준비 중이다. 효성그룹은 지난 2월 23일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홀딩스 USA, 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두 지주사' 계획을 결의했다.

효성은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7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등 2개 지주사로 개편할 예정이다. 조현준 회장이 기존 지주사인 ㈜효성을,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신설지주를 각각 맡게 된다.

HD현대·코오롱, 오너 경영 회귀 속도
코오롱그룹은 4세 이규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 사장 승진 1년 만에 부회장에 오른 이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기존 코오롱모빌리티 사내이사를 포함하면, 지주사 및 핵심 계열사 3곳의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코오롱 오너 일가가 지주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5년 만이다.

HD현대도 오너 3세인 정기선 부회장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말 부회장 승진을 통해 그룹 전면에 나섰다. HD현대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회장 시절인 1988년 정치계에 입문하면서 30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LG 등에 이어 주요 그룹들이 창업주와 2세 경영인의 별세나 고령화로 3~4세 경영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라며 "이들 3~4세 경영인들의 공통점은 선대 회장들이 이룩한 핵심 사업의 계승뿐 아니라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할 중대 분수령에 직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