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고금리 매력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비우량채의 차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고금리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선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우량 기업들은 차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우량채 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이 된 만큼, 기업들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선호도를 무시할 수 없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효성화학이 공모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주문 건수는 '0'이었다. 전액 미매각이다. 1년 6개월물 500억원어치를 목표로 금리를 6.5~7.5%로 제시했지만 기관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효성화학은 수년째 적자를 내면서 부채비율이 500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전체 자산의 일정 비율을 BBB+급 이하 채권을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펀드조차 등을 돌렸다. 시장은 추가 청약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효성화학을 담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 기대가 큰 이유는 그간 제때 팔리지 못해 주관사들이 떠안은 채권을 개인 투자자들이 소화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들어온 자금은 총 380억원에 그쳤다. 미매각으로 발행금리는 2년물 기준 최상단(7.021%)으로 확정됐고, 개미들이 대거 몰렸다.
같은 달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한 HL D&I한라(BBB+)의 회사채를 소화한 것도 개미들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엮여 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HL D&I한라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연 8.5%로 확정됐다.
3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50조원을 넘는다. 원화채권 상장 이후 최고 수준이다.
비우량채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비우량채의 안정적인 수급을 받쳐주는 세력이 될 수는 없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국고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캐리 수익률이 높은 초장기 채권을 선호했고, 크레딧 시장에서는 짧은 만기에도 캐리 수익률이 높은 금융사의 영구채, 신종자본증권, 만기 1년 이하 고등급 회사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금리인하 베팅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초장기 국고채 투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고금리 크레딧(비우량채)은 현재 1~2년 듀레이션에서 1년 이하 크레딧으로 듀레이션 축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만기가 짧을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할 것이란 진단이다. 비우량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의 차환 주기는 짧아질 수밖에 없고, 차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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