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파이낸셜뉴스] 방역이 완화됐던 2022년도, 용산 CGV에 ‘시리즈물 관객’이 출현했다('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미니언즈2', '한산: 용의 출현'). 그러면서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당시 관객의 관람 편수도 많았다. 2022년도 조사 기준, 영화 연평균 관람 편수는 10.2편, 시리즈물 관객은 13.2편, 비시리즈물 관객은 6.5편이었다.
시리즈물 관객의 위세와 규모는 지난 2년간 대단했다. 시리즈물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시리즈물 관객 비율은 대략 37±2%다(영진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2016-2023). 2023년도 시리즈물 관객 비율이 35%, 즉 수요에 수렴한 이상적인 비율이었다. 또, 이를 ‘관객 2억 명 시대’로 환산하면 약 7400만 명인데 단순 산술 상 수치가 아니다. 2022년도 관객 수가 7445만 명이었다.
그러니 현재 과잉 공급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올해 '쿵푸팬더4' 등 이미 8편이 개봉했고,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범죄도시4',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하반기에는 '인사이드 아웃2', '슈퍼 배드4', '데드풀과 울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조커2', '베테랑2' 등이 개봉한다.
시리즈물 선호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졌다. 관객은 아는 맛, 확실한 맛, 안전한 맛으로 재미를 미리 보장받거나 실망을 줄이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영화를 짜장면처럼 고르는 시대다.
그렇다면 시리즈물 관객이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뭔지, 어디서 왔는지 파악하면 영화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한 ‘영화소비자 행태조사’(2023)의 데이터로 비시리즈물 관객과 비교했다.
(1) 어벤져스 세대: 88년생~97년생의 시리즈물 관객 비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확실히 높다. 이들은 ‘아이언맨’(2008)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까지 극장에서 경험한 세대다. 그 시리즈를 볼 수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이용률이 비시리즈물 관객보다 높기도 하다. 한편, 한국판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꿈꾸는 ‘범죄도시4’ 개봉일이 ‘어벤져스’(2012) 개봉일과 유사한 4월 24일이다.
(2) 공휴일 관객: 시리즈물 관객의 연평균 관람 편수 13.2편, 이 수치는 소비 습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은 모든 공휴일 개봉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선택이 시장 판도를 좌우했다(2022년~2023년도 여름).
(3) 동네 주민: 그들은 극장을 선택할 때 원하는 영화의 상영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86%). 하지만 어차피 극장마다 상영작은 똑같다. 그래서 집에서 더 가까운 동네 프랜차이즈 극장에 들른다(81%).
(4) 무대인사 예매자: 그들은 극장의 무대인사, 굿즈 행사, 직원 응대, 매점 및 주변 상권에 비시리즈물 관객보다 더 민감하다. 그러면 완벽한 무대인사 동선은 팝콘 매점에서 출발해 상영관에 가는 것이다.
(5) 라이카시네마 단골: 그들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상영하지 않은 영화를 기꺼이 찾아 떠난다. 시리즈물 관객이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본 비율은 41%, 비시리즈물 관객은 28%. 예술영화관을 지탱하는 것도 그들이다.
(6) 입소문 근원지: 그들은 좋아하는 콘텐츠 조건(장르, 내용, 배우)의 최신작이 나오면 비시리즈물 관객보다 더 계획적으로 빨리 보는 편이다. 그리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평점을 올릴 것이다. 그들이 검증단이다.
(7) 가족 관객: 그들의 가족 관객 비율(44%)은 비시리즈물 관객(38%)보다 높다. 1인 관객 비율(23%)도 높은 편이지만, 비시리즈물 관객만큼은 아니다(29%). 연인, 친구, 동료 관객 비율은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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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OCN 시청자: OTT(76%)보다 TV(86%)로 영화를 관람한 비율이 더 높다. 그러니 케이블 채널의 전편 방영은 효과적이다. 함정도 있다. 직전편을 못 본 이들은 이때 ‘쿨하게’ 본 다음 실망해서 후속편 예매를 취소할 수도 있다. 또, 그때 가족 반응이 안 좋으면 10명 중 4명은 포기한다.
(9) 코미디는 별로: 남들처럼 SF/판타지/어드벤처, 액션, 범죄/스릴러/미스터리를 주로 선호한다. 다만 코미디는 선호도가 낮고(4%) 비시리즈물 관객(8%)보다도 낮다.
(10) 까다로운 손님: 그들은 16개의 모든 요인을 비시리즈물 관객보다 더 따진다. 속편이 전편보다 더 흥행한다면, 그 계단들을 다 뚫고 올라간 마케터의 승리다('존 윅4').
(11) 스케일 중요: 제작비 규모를 더 따진다. 이 요인이 비시리즈물 관객과 가장 다르다. 제작비 액수 자체보다 내용의 스케일일 것이다. 그러니 ‘포’는 계곡을 떠나야 했다(쿵푸팬더4). ‘동네 자동차 털이범’이 우주로 나간 것도 황당한 기획이 아니다('분노의 질주9').
(12) 쇼츠도 정보: 그들은 광고와 홍보를 영화 선택 정보로 활용하는데 더 적극적이다. 또, 대다수 경로(유튜브, SNS, TV, 신문)에서 비시리즈물 관객보다 더 많이 습득한다. 단, 주변 사람과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는 더 적게 습득한다.
(13) 배우 연속성: 주연 배우가 바뀌면 시리즈 후광 효과는 없는 셈 쳐야 한다('블랙팬서2', '명량' '한산' '노량'). 개봉 간격이 짧으면 조연 배우 교체도 상당한 변수다. 반대로 주연 배우가 같으면 감독이 바뀌는 건 크게 상관없다('공조2', '탐정: 리턴즈').
(14) 관람 등급: 동료와 보는 시리즈물 관객은 가족과 볼 때보다 관람 등급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범죄도시’는 1편 청불에서 2편부터 15세로 이동해 ‘천만 영화’ 시리즈가 됐다.
(15) 원작 화제성: 시리즈물 관객에게 원작이 중요한 건 당연하다. 그래서 방점은 화제성이다. 가령 원작이 없더라도 1편('베테랑', '파묘')이나 실화 사건('범죄도시')이 화제가 되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쿠키) 마지막으로, 하이텔 세대를 분석했다. ‘퇴마록: 세계편’의 때가 올 것이다.
하이텔 접속 소리로 시작하는 테마곡에 아빠와 중2 딸이 함께 두근거릴 것이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처럼. ‘네이버 시리즈’도 덩달아 불타오를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한 놀라운 증명법을 발견했다. 분량이 부족하여 적지 않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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