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늠자 민간기관 2곳 집계
각각 57%·38% 증가 수치 내놔
VC업계 "올해 본격 회복" 전망
올해 1·4분기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났다. 2년간 지속됐던 혹한기를 거쳐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이 전년 대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스타트업 민간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타트업 대상 투자액은 1조4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8910억원 대비 57.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272건에서 293건으로 총 21건 늘어났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도 올해 스타트업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스타트업레시피에 따르면 1·4분기 스타트업 대상 투자액은 전년 7757억6000만원 대비 38% 증가한 1조737억원이다.
정부는 벤처투자액을 집계할 때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 모든 VC의 투자 실적을 전수조사해 통계를 낸다. 하지만 민간기관의 경우 기업 발표 자료와 투자 관련 언론 보도를 취합해 집계한다. 이 때문에 기관별로 집계 금액이 다를 수 있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가 나오기 전까진 벤처투자 시장 추세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민간기관 두 곳에서 1·4분기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며, 그간 지속됐던 '투자 빙하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5조9371억원이었던 국내 벤처투자액은 2022년 12억4706억원에서 지난해 10억9133억원까지 감소했다. 벤처투자 규모가 2년 새 5억원가량 쪼그라든 셈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투자 활성화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다가 올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를 조기 조성하면서 투자 가뭄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 예산인 9100억원의 전액을 1·4분기 내 출자해 정책금융 마중물을 신속히 투입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달 4463억원을 출자해 46개 펀드 8935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투자사들도 올해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벤처투자가 VC 업계 종사자 6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VC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2.3%가 올해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49.7%는 올해 투자 규모가 '증대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와 관련 초기 투자 전문 VC인 패스트벤처스 박지웅 대표는 "기본적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투자도 활성화되는데, 올해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스타트업, 고령화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사업, 인공지능(AI)이라는 큰 파도 등 다양한 기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며 "투자가 지난해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패스트벤처스 역시 운용자산(AUM) 및 투자팀 인력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웅 퓨처플레이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지난해는 VC와 출자 사업 모두 몸을 사리고, 투자 집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출자 사업의 규모도 늘어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려는 분위기가 연초부터 형성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생성형 AI, 로보틱스, 스페이스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초기 단계 투자와 달리 시리즈B 이상의 중·후기 단계의 투자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로스단계에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럼에도 시장 규모가 큰 AI, 기업간거래 서비스형소프트웨어(B2B SaaS) 기업에 대한 투자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지난해 에이티넘이 펀드 조성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만큼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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