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리자 경쟁사인 네이버가 멤버십 회원들에게 무료배송 혜택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쿠팡의 멤버십 이탈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다만 쿠팡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도서산간 지역에 로켓배송을 하며 추가 배송비를 받지 않고, 이 무료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층이 두터워 경쟁사의 전략이 성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익일 배송이 가능한 '도착보장' 서비스를 3개월간 무료화한다. 또 7월 15일까지 모든 멤버십 이용자에게 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배송비 3500원 할인 쿠폰을 매일 지급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는 쿠팡 와우 멤버십의 핵심인 로켓배송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티빙과 제휴해 멤버십 사용자들에게 콘텐츠 시청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파라마운트+와 영화는 추가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스포티비 나우도 한국 선수가 소속된 경기만 관람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무료배송이 없었고, 건당 배송비 3500원을 내야 했기 떄문이다.
쿠팡은 이번에 와우 멤버십 요금을 올리면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간 160회, 한달 13.3회 정도로 배송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멤버십으로 연간 48만원(배송건당 3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한달에 최소 3만원어치의 배송비를 아끼고 있는 로켓배송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쿠팡 소비자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배송으로 승부수를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개월간 회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객 수요가 움직일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선 쿠팡 기존 회원들이 7월까지 월 4990원에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기간이 한시적인 만큼 연간 100회 무료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수년간 수백개의 로켓배송 상품을 수시로 무료 주문하는 소비자 패턴을 만족시키려면, 전면적인 배송비 무료 정책을 실시해야 제대로 소비자 이탈심리를 자극할 수 있지 않냐는 논리다.
무엇보다 배송 서비스 범위와 전국적인 무료 배송 혜택 면에서 타사들은 약하다는 평가다. 네이버 역시 제주도 등 도서산간 지역에는 추가 배송비(4000~5000원)을 받고 있다. 쿠팡은 추가배송비를 받지 않고, 제주도나 우도, 경상도·전라도 등지의 섬에도 무료배송 시행 중으로 현재 전국 182개 시군구(260개)에 로켓배송을 하고 있다.
1만원 미만의 1000~2000원짜리 반창고부터 라면 한팩, 과자 한봉지도 로켓배송해주는 쿠팡과 비교해 네이버의 혜택은 '1만원 이상'에 한정돼 있다는 것도 한계다. 또 과일이나 채소 같은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이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무료배송으로 쿠팡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기간이 한정적인데다 수년간 무료 로켓배송을 가격에 상관없이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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