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사비에 시름하는 업계
대외 리스크까지 겹쳐 위기 고조
환율 오르면 해외수주 유리하지만
원가상승·금리부담땐 역마진 우려
중동발 고유가·고환율에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해외수주 경쟁력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유가상승은 원자재 값과 금리를 자극,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치솟는 공사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금리 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가 짙다.
■중동발 리스크, 엎친 데 덮친 격
16일 건설업계가 중동발 리스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뿐 아니라 유가까지 오름세를 타면 현재도 부담스러운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유가까지 오르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며 "금리 부담 등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도 원자재 가격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상승으로 원자재 값이 치솟았다가 한풀 꺾이는 양상인데, 중동발 리스크로 다시 요동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상승은 수주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낮아진 원화가치만큼 달러 단위의 입찰금액도 낮게 쓸 수 있어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해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는 달러로 계약해 환율에 따라 원화 기준의 수주금액이 달라진다"며 "환율상승 시기에는 해외입찰에서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어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건설사들은 대부분 환율변동성 확대에도 대비를 해놓고 있다. 금액이 큰 플랜트의 경우 이종통화 계약이 일반화된 데다 선물환 등 환헤지로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주를 해도 원가상승과 금리부담이 가중되면 역마진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현지직원 실시간 모니터링
정부는 중동사태와 관련, 국내건설사들의 현지 사업성 재점검은 물론 파견직원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는 국내 기업이 진행 중인 사업이 거의 없는 상태로 중동지역 수주에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동에 파견된 국내 건설사 직원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란과 이스라엘에서는 현재 건설사들이 대부분 철수해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하지만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을 비롯한 인접국 정세불안으로 사우디 등 중동 사업현장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누적 해외수주액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6452억원) 중 중동지역 비중이 44%로 압도적 1위다. 삼성물산이 사우디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이 사우디와 카타르, 대우가 이라크 등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1973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제4차 중동전쟁 발발 당시 우리나라는 중동에서 첫 수주를 따냈다.
당시 수주액은 1억7425만달러이다. 전쟁 다음해인 1974년에는 2억6057만달러로 더 확대됐다.
김형미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1973년 12월 전쟁국이 아닌 사우디에서 중동 최초로 수주했다"며 "1970년대 중동전쟁 당시는 국내 기업들이 중동에 본격 진출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수주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용준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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