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 / 사진=한투운용 제공
삼성그룹의 글로벌 가치사슬(밸류체인)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삼성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해 삼성이 주도하는 여러 산업의 핵심 기업을 선별 편입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구별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성장테마'는 손실 우려를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하도록 펀드를 설계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운용을 맡은 최민규 한투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사진)은 17일 "삼성 상장사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삼성이 전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삼성 계열사들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한투운용의 7개 일반사모펀드에 각각 14.3% 비중을 둔다. 해당 사모펀드들은 △차세대 반도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2차전지&소부장 △바이오위탁생산&바이오시밀러 △모빌리티 전장 △인공지능&로보틱스 △웨어러블&차세대통신기술 등으로 나뉘며, 테마별로 국내외 삼성그룹 성장주 및 관련주에 투자한다. 사모펀드당 10~15개 종목이 포진해 있는데 (중복 제외시) 공모펀드로는 50여개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그룹주에 50%, 관련 국내·외 주식에 각각 20%와 30%를 배분한다.
최 담당은 "7개 가운데 어느 하나가 선방 혹은 실패하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성장성은 충분하되, 상관관계가 적은 분야에 분산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상품은 한국금융지주가 뒤를 받쳐주는 세 번째 손익차등형 상품이다. 하위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의 15%까지 후순위 투자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계열사가 떠안는 구조다. 해당 수치를 넘어서면 고객들도 손실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후순위 투자자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익 발생시 선순위 투자자에 우선 배정되지만 하위 사모펀드 수익률 기준 10% 초과분부터는 절반씩 나눠 갖기 때문이다. 최 담당은 "고객이 가장 두려워하는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며 "4번째, 5번째 상품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모집한 첫 번째 손익차등형 상품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은 1순위(919억원), 2순위(161억원)를 합쳐 총 1080억원이 들어왔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 역시 올해 1월 모두 913억원을 모집했다.
7개 사모펀드 중 하나가 심하게 무너질 경우 공모펀드의 손실로 전이될 수는 있다. 가령 6개 모두 5%씩 수익률을 내고, 나머지 1개가 -40% 성과를 냈다고 하면 평균 수익률은 -5%지만 선순위 투자자가 일부 손실에 노출되게 된다.
최 담당은 "이런 상황이 빚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운용기간은 3년이지만 만기 전에 수익률이 15%에 도달하면 조기에 상환한다. 설정 후 1년 내 상환조건에 도달할 경우 최소 보유기간(1년)이 지난 시점부터, 1년 이후 상환조건을 맞추면 해당일로부터 각 15영업일 후에 각각 상환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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