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행 120억도 힘들듯
스타트업 자금조달 역할 못해
모집한도 30억 제한도 발목
증권형(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증권 발행금액이 3년 연속 제자리 걸음이다.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이 마르면서 창업 초기회사까지 자금이 뻗을 여력이 없었던 데다 모집한도 등 제도적 한계에 직면한 때문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157억3739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48억8118만원), 2022년(153억334만원)에 이어 15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최고치를 나타냈던 2019년(376억318만원)과 비교하면 약 42%에 불과하다.
올해 발행금액은 29억3795만원으로,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120억원을 채우기도 힘들어 보인다. 8건이 진행 중이지만 합산 모집가액은 12억원에 그친다. 청약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9년 320개에서 이듬해 166개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22개로 감소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사업자 등 자금 수요자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끼고 다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다. 후원기부·대출·증권형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증권형은 지난 2016년 도입됐다.
이들 기업은 온라인을 통해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비상장 중소기업 △창업 후 7년 이내 혹은 프로젝트성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등 요건을 맞추면 된다.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유흥)주점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반적인 공모에 비해 절차가 대폭 완화된 것이 특징이다. 일반공모는 증권신고서 약 27종, 소액공모만 해도 공시서류 약 17종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크라우드펀딩은 몇몇 증권 발행조건을 충족하고, 재무상태 및 사업계획서 등만 게재하면 된다.
중개업자들의 진입 문턱도 낮다. 인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를 택했고, 요건 충족 여부 심사는 2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했다. 고객재산 보관·예탁, 자문행위, 중개증권 취득 등은 금지된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신생·창업초기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에까지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모집한도도 연간 30억원으로 제한된다. 채무증권(채권)은 그 절반인 15억원에 불과하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에 포함돼있는 '중기특화 증권사'의 활약도 저조하다. 지난해 6월 IBK투자증권이 '유브이글로비스' 청약에서 4000만원을 모집한 것이 마지막이다.
유진증권, 이베스트증권 등 6개사도 2022년 6월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됐으나 중개 건수는 '제로(0)'다. 제도 시행 이래 증권사가 중개한 비중은 전체 1695건 가운데 9.9%(168건)에 그쳤다. 다만, IBK투자증권은 오는 6~7월 중 공연기획업체 긴꿈에 대한 펀딩을 5000만원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