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이상 현금배당 기업 9곳
삼성전자가 1조1618억원 최다
배당금 달러 환전 늘어날 듯
이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사로부터 약 9조원의 배당금을 챙겨갈 전망이다.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배당금도 증가했다. 배당금을 받아도 통상 고환율 시기에는 국내 증시에 재투자하는 대신,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3년 결산법인의 기말 현금배당금은 29조8203억원,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몫은 9조522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9조1063억원)와 비교하면 4.5%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현금배당 규모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보통주는 삼성전자 등 총 9개 종목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결산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외국인은 이 가운데 1조1618억원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주(2172억원)까지 더하면 모두 1조379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또 기아 9121억원, 현대차 6605억원, KB금융 4615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의 외국인 배당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주주환원 확대를 예상한 외국인이 연초 투자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을 강하게 순매수한 영향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외국인 배당금은 2022년 3655억원, 5060억원에서 지난해 6605억원, 9121억원으로 약 2배로 뛰었다. 은행주인 KB금융은 4338억원에서 4615억원으로, 보험주인 삼성생명도 808억원에서 1259억원으로 외국인 배당금이 증가했다.
지난 9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의 기말 배당금 지급이 이달에 집중된다. 이날은 네이버 등이 배당금을 지급하고, 19일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등의 배당금 지급이 예정돼 있다. 이달 말까지 배당금 지급이 예정된 기업은 모두 638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외국인 보유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배당금 규모가 큰 종목은 에쓰오일(76.8%), KB금융(74.73%), 하나금융지주(70.26%), 현대차2우B(62.42%) 등이다.
외국인이 대규모 배당금을 수령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거래일 만에 47.3원이 뛰었다. 통상 원화 가치 하락기에는 환차손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금을 받아 국내 주식에 재투자하는 대신, 달러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아는 지난 15일 외국인에 910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외국인은 16~17일 기아 주식 810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배당금 지급일이 집중된 이달 26일까지 환율 급등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4월은 12월 결산법인들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며 "강달러 기조에 수급 부담이 더해지면서 4월 원·달러 환율은 상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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