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삼성그룹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주6일제 근무를 전격 시행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19개 계열사 임원들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자발적으로 주6일 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원 및 개발부서 임원을 중심으로 절반가량의 임원들이 이미 주6일 근무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나머지 임원들도 동참한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주6일 근무에 들어간다. 앞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설계·조달·시공(EPC) 3사 임원들은 올해 초부터 주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도 주6일 근무 동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근무방식은 임원들 사정에 따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근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부분 토요일 근무를 선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임원이 토요일 근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 악화에 따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6일 근무에) 나섰다"며 "재계 1위인 삼성이 임원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강화하는 만큼 다른 기업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임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임원 출근과 무관하게 팀장 이하 직원들은 주6일 근무를 엄격히 금지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임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취지인 만큼 직원들의 근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의 비상경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월 1회 평일에 개최하던 '전략글로벌위원회'를 지난 2월부터는 격주 토요일마다 개최하고 있다. 전략글로벌위원회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경영현안을 공유하는 SK그룹의 정례회의다. SK그룹이 경영진 회의를 토요일에 연 것은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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