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화백 1999년 절필작 'Work'. PKM 갤러리 제공
【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색채 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 없다."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백(1916~2002)
지난 17일(현지시간) 2024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을 사흘 앞두고 현장에서 미리 만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 유영국 개인전 '무한 세계로의 여정'은 진한 색감의 향연이었다.
특히, 그림 대부분이 산과 관련된 그림이 많았다. 가을 노을에 깊어만 가는 산, 봄을 연상케 하는 청록한 산 등 색감에 따라 같은 산이라도 매력은 달랐다.
이번 전시에는 유 화백의 엄선된 회화 29점과 11점의 석판화 및 주요 아카이브 자료들이 함께 소개됐다.
그가 자연과의 관계를 정제된 회화 형식을 통해 탐구한 만큼 그의 예술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회화 작품들에 큰 초점을 맞췄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산과 관련된 그의 주요 유화 작품 22점이 눈에 띄었다.
유 화백은 자연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힘을 잘 담아내기 위해 전통적 동아시아 풍경화의 삼원법(대지에서 산을 올려다보는 고원법, 위에서 여러 겹의 산맥을 내려다보는 심원법, 그리고 멀리에서 산을 바라보는 평원법)의 가능성을 탐구했고, 이번 전시 작품에 투영했다.
특히, 산 작품에서 보이는 강렬한 원색에서 더 나아가 풍부한 중간색의 구사가 단연 돋보였다.
대표작 가운데 1999년 절필작인 'Work'는 단순히 붉은 색감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노을이 비치는 상황에 따라 산의 깊은 모습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점점 깊은 산골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줘 색채의 풍부감을 더 한다.
유영국 화백 1961년작 'Work'. PKM 갤러리 제공
1961년작인 또 다른 'Work'는 색감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듯 하지만 녹색이 붉은 색에 교차되는 모습을 표현해 색감의 화합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영국 화백 1967년작 'Work'. 유선준 기자
1967년작인 'Work'는 짙은 다른 산 작품과 달리, 밝은 색인 노란색 등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밝은 햇빛이 비춰 일차원적인 산이 아닌, 산의 능선이 여러 겹으로 보인 듯한 산의 깊은 진중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큐레이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 화백의 작품 특징은 공간감을 크게 한 덕분에 작품 내에 뭔가 더 있을 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며 "유 화백은 살아 생전 산이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니라 연구의 대상이라 생각하셨다. 40년 동안 작품 스타일의 다른 단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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