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재에 대기업도 경고음
올초부터 이미 긴축경영 움직임
SK, 사장단회의 月1회서 격주로
한화는 해외 전시회 줄줄이 불참
삼성 '주 6일제' 확산 가능성도
미중 패권전쟁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경기회복 둔화 등 글로벌 경영환경 악재들이 겹치면서 대기업 전반에 비상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해외전시회 불참, 이사 보수한도 축소, 임원 주말출근 등 경상비 축소부터 경영진의 '정신 재무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올해 경영 불확실성의 대비태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모멘텀부문은 지난달 참가하려던 미국 배터리 전시회 '인터내셔널 배터리 세미나&이그지빗 2024'에 최종 불참했다. 이 전시회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배터리 전시회다. ㈜한화 모멘텀부문은 지난해 부스를 차리고 소재 공정부터 배터리 전체 제조 공정까지 다양한 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한화 모멘텀부문이 전시회 불참을 결정한 것은 올해 2월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판매·관리비(판관비)를 기존 계획 대비 30% 삭감했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전사 접대비, 출장비 등 소모성 경비도 30% 줄었다"고 전했다.
㈜한화는 지난해 5월과 9월 각각 참가했던 미국 '더 배터리 쇼 USA' '더 배터리 쇼 유럽' 참가도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앞서 LS그룹 지주사 ㈜LS는 올해 초 긴축경영을 선포했다.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초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서 긴장감을 가지고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구체적인 예산감축 수치를 담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 배포를 검토할 정도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4대 그룹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다. 삼성은 주6일근무 권고대상을 기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임원에서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은 지난주부터 주6일근무에 들어갔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도 조만간 주6일제 선언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은 올해 1월 말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재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다. 재계는 기존 한 달에 한 번 평일 개최하던 회의를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할 만큼 그룹 내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올해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그룹 전체 상황을 점검하고, 10월 CEO 세미나를 통해 경영 방향성을 확정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이 대표이사인 지주사 ㈜LG는 지난해 180억원에서 올해 170억원으로, LG전자는 90억원에서 80억원으로, LG화학은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LG생활건강은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각각 이사 보수총액 한도를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비용감축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글로벌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올해 초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예측 자체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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