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더미식이 출시한 유니자장면(왼쪽)과 이번에 새롭게 출시하는 사천자장면(오른쪽) 사진=이환주 기자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보던 만화 중에 '요리왕 비룡'이란 만화가 있었다. 중국 유명한 식당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들인 비룡이 식당을 살리기 위해 중국 전역의 요리 고수와 대결을 펼치며 성장해 나가는 내용이다. 만화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중국 4대 요리'라는 말이 자주 나왔는데 그때 들은 중국 4대 요리가 베이징, 관둥, 상하이, 사천 지방의 요리였다. 다른 지방의 요리들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사천 요리의 특징 만은 뇌리에 강하게 박혔는데,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매운 맛'이 강조된 요리여서 그랬다.
요리왕 비룡이 방송된지 20년 정도 지나고 한국에도 중국식 매운맛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천 스타일 중식을 표방하거나, 마라탕의 유행과 함께 마라를 사용한 각종 요리가 등장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라의 풍미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첫 번째로, 고추를 사용한 한국식 매운맛과 달리 마라의 얼얼한 통각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떫은 감을 먹었을 때 볼 안쪽에 남는 불쾌한 느낌이 마라의 매운맛과 비슷하다. 두 번째로, 나이를 먹어서다. 어릴 적에는 매운맛을 통한 고통과 자극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운맛을 먹은 뒤의 부대낌과 고통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주 하림이 출시한 더미식 사천자장면을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식회에서 처음 먹어봤다. 하림이 기존에 출시한 유니자장면과 동시에 시식을 해볼 수 있었다. 가장 놀랐던 점은 검은색 춘장이 아닌 중국 전통 두반장을 사용해 자장면의 색이 한국 된장찌개와 비슷한 주황색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전주에서 먹었던 물짜장과 흡사했다. 물짜장의 경우 매운맛이 덜하고 녹말의 끈적한 소스로 인해 짜장면을 먹는다기 보다 덜 매운 볶음 짬뽕을 먹는 것 같았다.
하림의 사천자장면은 확실히 기존의 자장면과는 전혀 달랐다.
마라의 얼얼한 매운맛이 느껴졌고, 풍부한 돼지고기와 잘 어우러진 마라장의 맛이 독특했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로는 신라면과 비슷한 정도라고 하는데 훨씬 더 맵게 느껴졌다. 국물라면과 달리 비빔라면의 경우 소스를 다 먹기 때문에 체감상 더 맵게 느껴지는데 불닭볶음면보다 조금 덜 매운 정도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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