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규 뱅크샐러드 최고기술책임자(CTO)
구글·아마존 엔지니어 경험 바탕
뱅크샐러드, KPI 대신 OKR 채택
문제점·해결법·예상변화 직접 찾고
사용자 중심 사고방식 최우선으로
사진=서동일 기자
"측정하지 못하면 개선할 수 없어요. 테크 조직의 생산성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 OKR(Object Key Result·구체적인 핵심지표) 기반 성과관리체계를 뱅크샐러드에 이식했습니다."
김문규 뱅크샐러드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22일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자주 볼 수 있어야 테크 조직이 사용자 중심의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뱅크샐러드는 김 CTO의 네 번째 회사다. 2003년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한 김 CTO는 당시 미라지웍스라는 보안솔루션 스타트업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직원이 5명이었던 회사는 7년 만에 100명 규모까지 성장했다. 김 CTO의 다음 행선지는 미국이었다. 김 CTO는 당시를 "생산성·혁신성 측면에서 항상 압도적인 실리콘밸리의 비밀이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김 CTO는 약 2년간 아마존에서 경험을 쌓고 7년 동안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테스팅 자동화 인프라와 오픈소스 자동화 테스팅 솔루션 개발 등을 주도했다.
김 CTO가 꼽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배경에는 새로운 평가제도가 적용된 테크 조직이 있다. 개발자 개인의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개발 자체가 지금 당장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줄 수도 없다. 구글 등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예상치'를 기반으로 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가 아닌 중장기적 결과에 집중하는 '목표' 중심의 OKR을 채택한 이유다.
김 CTO는 "IT기업들이 개척하는 시장은 기존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트래픽이 1년 사이에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다"며 "사용자가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팀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OKR이 KPI보다 포텐션을 발휘하기에 더 적합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7년간 구글에서 일하며 수많은 OKR 성공경험을 가진 김 CTO는 뱅크샐러드에도 이를 적용했다.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 목표 설정을 명확히 하고, 그 문제를 풀면 지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팀과 구성원이 스스로 설정하게끔 한다. 이후 객관적으로 뱅크샐러드가 실행할 수 있는 작전이 무엇인지 매 분기가 시작되기 전 KR(키 리졸트)을 설정한다.
특히 그가 뱅크샐러드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측정'이다. 한 사용자가 뱅크샐러드에 접속해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얼마나 예상 매출을 일으키는지를 시간 단위로 측정한다. 김 CTO는 "테크 조직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빠르게 경로를 바꿀 수 있다"며 "실시간 측정을 강조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CTO는 뱅크샐러드의 테크 조직에 '지식공유' 문화도 심었다. 동료가 만든 걸 최대한 활용해야 자원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CTO는 "테크 부서는 모든 회의를 전부 기록하고 각 팀에서 생산된 모든 결과물을 노션 등을 이용해 문서화해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중심성'도 김 CTO가 심은 뱅크샐러드의 고유문화다. 김 CTO는 "테크 개발자들도 기획에 많이 참여하고, 특히 사용자 인터뷰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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