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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판매목표 반으로 줄였다

70만~80만대→ 40만~45만대
삼성도 XR기기 개발 늦출듯

애플이 올해 기대를 모았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출하량을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글, 퀄컴과 함께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 중인 삼성전자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올해 비전 프로 출하량 예상치를 당초 70만~80만대에서 40만~45만대로 줄였다고 전했다. 현재 비전 프로는 미국에만 출시된 가운데 미국 내 수요가 빠르게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오는 6월 10일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를 앞두고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수요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비전프로 수요가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말 비전 프로 개선판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비전 프로 모델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5년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를 출시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출시 초기에 시장 예상보다 많은 2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으나 이후 반품이 이어졌다.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비전 프로 착용시 두통과 멀미가 난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눈 혈관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피부 발진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가 낮은 사람은 제품 고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자꾸 기기를 만져야 해 번거롭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비전 프로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 3499달러(약 479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불편한 착용감 등이 꼽히고 있다. 기존 가상현실(VR) 기기도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성공한 게임 앱이 있고 가시성도 MR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표준화에는 실패한 '3차원 TV'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도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구글·퀄컴과 함께 XR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했지만 애플이 시장 활성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섣불리 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