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가들 '해외플랫폼' 압박
한국도 알리·테무 등 위협 확대
"자국기업 지원·보호에 초점 둬야"
업계, 규제법안 개편 필요성 강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플랫폼이 아닌 해외 플랫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데다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져 자국 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도 현재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과 같은 규제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알테쉬'(알리·테무·쉬인) 등 갈수록 위협적인 해외 플랫폼 업체들을 규제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산업이 사회·정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각국의 규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틱톡 퇴출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유럽연합(EU)도 구글, 애플 등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나 자국민 개인정보 유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이 점유율을 높여감에 따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규제 동향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발생한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일본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이 된 라인에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도 해당 사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만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움직임은 향후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기조"라며 "플랫폼 기업의 위상이 커지고 대형화되다 보니 결국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하고, 정부가 나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라인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등 향후에도 플랫폼을 통해서 세계로 진출하는 기회들이 막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들이 해외에서 사업하기 더 힘들어진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외 사업을 접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플랫폼 사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산업이 내수 산업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에 웹툰 사업이 다수 진출하는 등 글로벌 확장 사례가 많다"며 "플랫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이 규제로 어려울 때 정부가 적극 지원조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플랫폼법과 같은 규제법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동규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해외에 진출함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건 국내 시장인데 제한을 가할수록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지금은 지원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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