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억원 간다고 (비트코인을) 1억에 샀는데 20% 빠졌다. 너무 무섭다." "3년 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쎄하다."
굳건할 것으로 여겨졌던 가상자산 강세장에 균열이 왔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반감기 등 호재가 넘쳐났음에도 고점 대비 20%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패닉'이 되고 있다. 고점을 찍고 내리막을 탔던 3년 전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가 5인과 함께 현재 시장을 점검해 봤다.
■"3년 전과 다르다" vs "비슷한 상황일 수도"
글로벌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마켑캡에 따르면 2일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4.00% 하락한 5만7524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는 0.76% 빠진 81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하락하면서 이틀 내내 5만7000달러(해외 기준), 8000만원(국내 거래소 기준)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의 고점(7만3000달러·1억원)과 비교하면 20% 이상 빠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프레스토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에 인플레이션 관련 발언이 나올 것을 두려워한 매도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은 비둘기파(dovish)에 가까웠고, 나스닥지수와 비트코인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과열된 시장의 조정 국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크립토퀀트 박별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수요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크다"며 "4월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미결제약정(OI)은 기관이 수익 실현을 위해 비트코인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2021년의 폭락장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성대 조재우 교수 "3년 전의 급락장은 중국의 채굴금지가 주요 원인이었다"며 "지금 비트코인 생태계에 그 정도의 충격을 줄 만한 이벤트는 없다"고 말했다. 정석문 센터장도 "당시와 같은 엄청난 레버리지가 없다. 설령 미국의 금리인상이 있다 해도 하락 폭은 3년 전처럼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박별 연구원은 "매크로 측면에서는 다르지만 시장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당시에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금리인상을 유예했던 것처럼 이번엔 다양한 이유로 금리인하를 늦추면서 시장은 기대감에서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락장 끝나간다" vs "2분기까지 회복 힘들어"
조정 기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호주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준비하고 있고, 블랙록은 비트코인 ETF 12개를 추가로 신청하는 등 비트코인 현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가격 반등이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별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이 예정된 이달 말에 모멘텀이 남아 있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부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어 2·4분기 시장 모멘텀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 모두 미국의 금리인하가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것에 점에 동의했다. 코빗 김민승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 시작이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선과 코인베이스 소송도 중요하다.
중국 본토자금이 홍콩 ETF에 접근이 가능해지면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별 연구원은 "기관이 선호하는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의 발행량을 주시하면서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얼마나 많은 비트코인을 매도하는지 등 시장의 공급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우 교수는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채굴 속도) 증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해시가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하면 조정 국면도 마무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