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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언더 빗속 역전투혼'…박지영, 시즌 2승 고지 먼저 밟았다

KLPGA 교촌 1991 레이디스오픈
최종 13언더로 이제영·김민솔 제쳐
3타차 뒤집은 환상의 4연속 버디샷
한달 만에 우승 추가하며 통산 9승

'6언더 빗속 역전투혼'…박지영, 시즌 2승 고지 먼저 밟았다
박지영이 5일 경남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제10회 교촌 1991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류는 환경에 순응하고, 초일류는 환경을 이용한다"는 스포츠의 격언이 박지영에게 그대로 적용됐다. 라운드 내내 강한 비바람이 그린을 뒤덮었지만,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박지영이 최종적으로 웃었다.

전국이 비에 젖은 5일 어린이날. 박지영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4시즌 첫 '다승자'가 되며 포효했다. 박지영은 이날 경북 구미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660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박지영은 공동 2위 이제영, 아마추어 김민솔(이상 11언더파 205타)을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이다.

'6언더 빗속 역전투혼'…박지영, 시즌 2승 고지 먼저 밟았다
KLPGA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오픈에서 2위를 차지한 이제영. KLPGA 제공

박지영은 이미 지난달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교촌 레이디스 오픈 우승은 이번 시즌 두 번째이자 KLPGA투어 통산 9승째 영광이다. 아울러 박지영은 이번 시즌 앞선 6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우승자가 나왔던 K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2승'을 거둔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박지영의 시대'가 열린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영의 올 시즌 상승세는 무섭다. 72홀 노보기 우승을 달성할 뻔했었던 것이 그 증거다. 박지영은 지난달 KLPGA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노보기 우승을 달성할 뻔했다. KLPGA 투어 사상 첫 '72홀 노 보기' 우승을 노려봤으나 아쉽게 놓쳤다. 노 보기 우승 자체는 투어 사상 총 9차례 있었지만 모두 2라운드 혹은 3라운드로 치러진 대회였다. 박지영은 당시 4라운드 15번 홀까지 '노 보기 행진'을 벌이다가 16번 홀에서 처음 보기를 적어내며 땅을 쳤다.

박지영은 비바람에도 강한 선수로 유명하다. 대회 노보기 우승을 노릴 정도로 샷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지영은 지난해 7월 우승한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에서도 최종 4라운드 7번 홀(파4)에서 유일한 보기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었다. 당시에도 제주에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진 바 있다. 박지영이 유독 비에 강한 모습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다.

에버콜라겐 더시에나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박지영의 후반 뒷심이 유달리 돋보였다. 선두 이제영에게 3타 뒤진 공동 2위였던 박지영은 이날 8∼9번 홀 연속 버디로 이제영을 한 타 차로 압박하며 후반 대혼전을 예고했다. 전반전 막판에 분위기를 탄 박지영은 후반 본격적으로 이제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박지영이 10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상승세를 타는 순간, 이제영이 보기를 적어내며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선두가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거칠 것이 없었다. 박지영은 11번(파4)까지 4개 홀 연속 버디 행진을 펼쳤고, 13번 홀(파3)에서 약 4m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그린에 강한 바람까지 이어지며 코스가 잘 보이지 않는 최악의 컨디션에서 김민솔이 16번 홀(파4), 이제영이 17번 홀(파3) 버디를 써내 두 타 차까지 박지영을 추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영은 타수를 잃지 않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끝까지 선두를 지켜냈다. 비바람 속에서 샷이 안정된 박지영의 경험과 운영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2020년 정규 투어 데뷔 이후 첫 우승을 노린 이제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아마추어 김민솔은 이날 보기 없이 5타를 줄여 자신의 프로 대회 출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황유민이 4위(10언더파 206타), 박현경과 김재희가 공동 5위(9언더파 207타)를 기록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