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
대외적 의견 표명에 확성기 역할
대변인제 신설 등 4대 공약 발표
회계사 ESG 인증업무 담당 등
회계혁신 지속과 인재양성 강조
"유권자 75%인 MZ 발언권 강화"
2만6000명이 넘는 국내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제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오는 6월 19일 정기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달 20일 후보 등록을 예고한 3명은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한공회'를 강조했다. 정부, 금융당국 결정을 그대로 받기만 하는 대표 단체에서 벗어나 전문가 집단으로서 지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뜻이다. 중소형 법인 대표, '빅4' 회계법인 회장, 전직 국회의원으로 서있는 위치는 제각각이지만 적체된 회계업계 현안들을 풀어가려는 의지는 확인됐다. 한공회 후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는 2년 전 제46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서 40% 넘는 득표율을 올렸으나 승리를 손에 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다시금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는 그때와 같다. '적시적언(適時適言)'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나 대표는 한공회가 2만6000명 공인회계사를 회원으로 둔 전문가 집단임에도 지금껏 회계 현안이 부상할 때마다 선명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원론적 입장을 발표하는데 그쳤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가 그리는 '한공회장'은 가장 '위'가 아닌 '앞'에서 확성기를 켜는 사람이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2002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나 대표는 현재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한공회 선출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나 대표는 7일 "제 때 제 목소리를 내는 한공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4가지를 공약으로서 제시했다. 외부 접촉면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우선 대변인 제도 신설이다. 회계 관련 논의사항들이 나올 때마다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다. 주요 안건 발표 및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기자세미나 정례화, 대국민 홍보를 위한 한공회TV(가칭) 론칭 등도 그 일환으로 추진한다.
나 대표는 "지금껏 정책 사안뿐만 아니라 회계부정 등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수사기관에 전문 소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대변인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현황과 문제점 등을 즉시 공시할 예정"이라며 의견 표명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은 '국가인재양성 아카데미' 설치다. 한공회 회원들로 꾸려 각계에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령 예·결산이나 국정감사 등 회계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 즉시 지원한다. 산업·경영·언론계 등에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는 '회계혁신의 계속 추진'이다. 주기적 지정제 유지, 표준감사시간제 강화, 회계사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업무 담당 등이 핵심이다.
나 대표는 "주기적 지정은 소유·경영 미분리 기업이 다수인 상황에서 감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다. 임의 규정으로 전환된 표준시간제 역시 강제 사항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라며 "인증 없는 ESG 공시 의무화는 감사의견 없는 재무제표와 같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의무화 역시 비용 부담보다 공시 투명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산하에 한국XBRL본부가 있지만 한공회가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등과 합심해 컨트롤센터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나 대표는 '회원의, 회원을 위한, 회원에 의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회원신문고(회장이 최종 처리·보고) △회원 전용 콜센터 △한공회 내 회원 전용 라운지 마련을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유권자가 전체 75%가량인 만큼 청년 회계사를 위한 정책도 별도 언급됐다. 나 대표는 "수습회계사 집합 연수를 부활시켜 유대감 조성 및 인재 양성에 나서겠다"며 "회계법인들과 조율해야겠지만 기간은 1~2주 정도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인재양성 아카데미에 청년 회계사들을 상당 비율 들어가게 해 발언권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나 대표는 회계사 선발 인원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1000명 미만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엔 '빅4'에서 대부분 흡수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예정된 1250명 가운데 절반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며 "충분하고 적합한 교육을 위해선 적정 인원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그는 금융당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강조했다.
나 대표는 "감사가 잘못되면 회계사를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며 "조서 보관의무는 8년이고, 감독당국은 감사에 대한 감리를 넘어 경영, 인사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목표는 회계업계 '상생'이다. 각 주체들이 헐뜯기보다 시장 전체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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