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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조원 사라질까'..반년 남은 美 대선...'IRA'의 운명은

'966조원 사라질까'..반년 남은 美 대선...'IRA'의 운명은
지난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의 한 행사에서 발언하는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1일 위스콘신주 워케샤 유세에서 발언하는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기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상·하원 다수당 지위 확보' 쉽지 않아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IRA 폐기가 사실상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법안 폐기에 필요한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지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안 폐기 또는 조문 변경을 위해 의회 승인이 필요하고, 이 경우 미 상·하원에서 모두 특정 당이 다수당 지위를 얻어야 한다.

즉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소속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을 확보해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소속정당과 상·하원 다수당이 일치하는 ‘통합정부’가 8회, ‘분점정부’ 20회로 분점정부가 월등히 많았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다고 해도 최근 내부 분열로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2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미국 로펌 쉐퍼드멀린과 공동 개최한 ‘IRA 주요 쟁점과 전망’ 세미나에서는 “공화당 내 젊은 층이 기존 공화당원과 달리 기후변화 및 관련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에 IRA 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논의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3월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제로 열린 ‘2024 한미 통상 포럼’에서 온라인 연사로 참석한 케이트 칼루트키에비치 전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특별보좌관도 “트럼프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IRA의 일부 조항을 무효화하려 하거나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지닌 의회가 지원 규모를 제한하고자 시도할 수 있지만 법안 자체의 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벨트' 67% 주지사, 공화당 소속
IRA가 경제적 측면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사실상 폐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미국 내 2차전지 등 전동화 투자가 집중된 ‘배터리 벨트’ 6개 주(미시건, 인디애나,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주) 중 인디애나, 오하이오, 테네시, 조지아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미국의 ‘승자독식형’ 선거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총 31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미시건주, 조지아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IRA 폐기 안을 강경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승자독식제는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다른 후보의 표까지 모두 차지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건강보험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 폐기에 실패한 적이 있다는 점도 ‘IRA 폐기 불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차상위 계층 등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한 오바마케어의 폐기를 사실상 1호 과제로 삼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법안 폐기에 실패한 이후, 오바마케어 지지율이 기존 42%대에서 55%로 급등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즉각적인 IRA 폐기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폐기보다는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IRA 요건 충족을 까다롭게 만드는 등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IRA는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미국이 2022년 8월 시행한 법안이다.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약 7400억달러(약 966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