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 1·4분기 실적 발표 결과 대형 유통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오프라인 유통 백화점과 편의점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반면, 온라인 유통의 대표 주자인 쿠팡은 영업이익이 61% 하락하고 순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가 자체브랜드(PB)상품의 호황에 힙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GS리테일의 올 1·4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5.1% 증가한 2조8104억원,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739억 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388억원으로 118.4%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전망한 영업이익(65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편의점 GS25 매출만 보면 1조96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고 영업이익은 263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연결기준 1·4분기 실적도 매출 1조9538억원, 영업이익은 370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성장했다. CU는 연세우유크림빵 등 PB 브랜드 '득템 시리즈'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편의점들이 저렴한 PB상품을 입구와 '골든존'(170cm 이하 눈높이)에 주로 배치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화점 3사는 명품 판매 호조로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분기 사상 최대치인 4조5000억원의 거래액(순매출은 8146억원)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5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 증가하며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롯데쇼핑도 1·4분기 당기순이익이 7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1% 증가했고, 롯데마트 매출은 1조4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반면, 2022년 3·4분기 이후 매분기 흑자를 내던 쿠팡은 올 1·4분기 당기순손실 31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2·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를 내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커졌다는 평가다. 영업이익률은 0.5%로 지난해(1.9%)와 비교해 크게 하락. 업계에서는 극초저가 패션과 가전, 공산품 상품을 전진 배치한 중국 알리와 테무의 공습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PB 부당 우대의혹을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 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2·4분기 이후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공정위는 사전에 공지한 랭킹 산정 기준과 무관하게 PB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PB상품을 넘어 아이폰과 갤럭시 신제품 등 일반 인기 브랜드 상품의 진열도 공정위가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20~30%)와 비교해 비중은 낮은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업체의 상품 진열은 매출과 직결되는 업계 고유의 비즈니스 마케팅인만큼,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유통업계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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