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
[파이낸셜뉴스] 발명가, 발명기업의 기념일은 '5월 19일'(발명의 날)이다. 1957년 당시 상공부에서 지정한 날로써, 1442년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당시 세자였던 문종이 고안하고 장영실 등이 제작한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발명이 특허법 등으로 권리를 부여받게 되면 산업재산권이 된다. 산업재산권은 저작권, 신지식재산권과 함께 지식재산권을 구성하는 주요 권리다.
저작권을 기념하는 날도 있다. 1995년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총회에서 독서와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616년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로 유명한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다.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World Intellectual Property Day)도 있다. UN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00년 회원국의 합의로 '4월 26일'을 지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지정한 지식재산의 날도 있다. 2017년 지식재산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확산과 지식재산이 존중되는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9월 4일'을 지식재산의 날로 지정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날이다.
발명의 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 지식재산의 날 등 네 개의 지식재산 관련 기념일이 존재한다. 각 기념일이 지정된 데는 그마다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각각의 기념일 지정의 의의를 되새기고 취지에 맞는 행사와 특화된 활동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발명의 날과 지식재산권의 날은 발명 유공자와 지식재산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기념식이 이어진다. 정부가 지정한 기념일인 만큼 대통령이 참석하거나 여의찮으면 축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은 좀 다르다. WIPO가 제공하고 있는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 홈페이지 행사 달력에 들어가 보면 한국에서의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사이트 등에서 4월 26일 세계 지식재산의 날을 검색해 보더라도 기념 행사를 했다거나 특정한 이벤트가 있었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식재산 관련 주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특허청은 발명의 날을 챙긴다. 그리고 대통령 소속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9월 4일 지식재산의 날을 중심으로 기념행사를 한다. 전 세계 다수의 나라가 함께 축하하고 기념하는 4월 26일을 지식재산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지나간다. 가끔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같은 특정 단체나 기업이 관련 행사를 개최한 기사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 또한 조용히 지나갔다. 국가 기념일에 비해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날은 상대적으로 외면 받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함도 느껴진다.
WIPO에 근무하던 어느 지인이 말하길 한국은 한국 아주 훌륭한 지식재산 제도와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지식재산 강국인데 해외 교류나 국제기구 활동, K-지식재산의 확산에 있어서는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세계 5대 특허 강국이자 전 세계 K-컬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국인데, 이럴 때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지식재산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다.
내년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에는 전 세계인과 함께 온전히 축제를 즐기는 참여 마당을 꾸며보기도 하고 유튜브나 WIPO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에 한국의 지식재산 위상을 보여주면 어떨까. 네 개의 지식재산을 날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정부와 민간 전문가, 산업인, 학생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인 무형자산,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 어우러지는 지식재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하고 세계인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될 수 있는 멋진 4월 26일을 맞아보길 기대해 본다.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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