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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 장투 대신 초단타 치는 외국인 늘고 있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 성행
거래종목 많이지고 시총 낮아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전략이 바뀌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수 우량주를 매수해 오래 보유하는 가치투자 대신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로 불리는 초단타 매매를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12일 한국증권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외국인 주도세력의 투자전략 변화: 가치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우민철 팀장과 한성대 엄윤성 교수는 지난 2005~2022년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외국인 매매내역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HFT는 기업의 적정가치를 분석하기보다 종목의 단기 등락에 초점을 맞춰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적은 종목에 집중하는 가치투자와 달리, 조건에 맞는 다수 종목을 사고파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연구는 2005~2022년을 5개 구간으로 나눠 시기별 거래대금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의 매매 양태를 분석했다. 상위 10개 계좌는 각각 하루 평균 최대 120개 미만의 종목을 거래했고, 거래금액은 29조~47조원이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12~2016년 종목 1000개 이상을 거래하는 계좌가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되기 시작했고, 이들은 2016~2019년, 2020~2022년 구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각 시기 상위 10개의 외국인 계좌가 매매한 종목둘의 시가총액이 감소하는 추세도 감지됐다. 구간별 상위 10개 계좌에서 거래한 종목들 시총을 단순 평균한 결과 2005~2008년 8조7125억원에서 2020~2022년 2조2231억원으로 줄었다.

상위 계좌 집중 현상도 심화됐다. 첫 시기(2005~2008년) 상위 10개 계좌의 당일 매수·매도 비중은 5.02%에 그쳤으, 가장 최근 구간(2020~2022년)에선 9.97%로 뛰었다.
특정 계좌는 비중이 23.21%에 달했다.

우 팀장과 엄 교수는 "외국인 주도세력이 거래한 종목들의 시총 급감을 근거로 외국인 주도세력이 교체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상위 10개 계좌가 거래한 종목 수가 소수 우량주에서 다수 종목으로 확장됐고, 거래 종목들의 시총이 빠르게 줄었다는 사실은 '가치투자자' 외국인이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자'로 바뀐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외국인은 대규모 자금을 소수 우량주에 투자해 중장기로 운용하는 정보거래자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외국인의 매매 양태가 초단기 알고리즘을 이용한 단기성 매매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거래대금 기준으로 주도세력이 변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