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을 불안증으로만 진단받아와 수차례 죽을뻔한 케이티. 오른쪽은 한때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30kg 정도 살이 찐 모습. 사진=영국 더선
[파이낸셜뉴스] 전직 발레리나였던 한 20대 여성이 심각한 '중증천식'을 앓고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한 의사들때문에 수차례 죽을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코메디닷컴은 영국 일간 더선을 인용해 수시로 일어나는 천식에 의한 발작 증상으로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한 23세 영국 여성 케이티의 사연을 보도했다.
케이티는 "지난 5년 동안 의료진은 내 '중증 천식'을 불안증이라고 100번 이상 무시했다"라며 "내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을 때 조차 의사는 '불안해서 그렇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일반 천식과 중증천식은 같은 천식이지만 엄연히 다른 병이다. 보통 천식환자가 병을 오래 앓아서 중증천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 천식환자는 증상 악화시 적절한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중증천식은 평소 아무리 약을 써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 결국 강력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만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케이티의 천식과의 싸움은 10대 초반에 갑자기 시작됐다. 발레리나가 꿈이였던 그에게 천식 진단은 큰 충격이었다.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졌고 어디든 흡입기를 들고 다니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케이티는 당시 일반 천식으로 진단받았으므로 중증천식인지는 알지 못했다.
케이티는 "19세 무렵, 반복되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수차례 입원 끝에 '중증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라며 "천식 조절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정제를 복용하면서 몸무게도 30kg이나 늘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케이티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단일 클론 항체'라는 주사를 매달 맞기 시작했다. 이 항염증 주사는 유발 물질에 대한 기도 반응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천식 환자 불안·우울감 호소..1년에 1000만원 넘는 약값도 부담
국내 천식환자도 급증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집계된 천식환자수는 142만3451명으로 2022년 1년간 발생한 천식환자 86만7642명보다 무려 39%나 늘었다. 이 중 중증 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된다.
중증천식은 높은 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실제로 중증천식환자의 38%가 불안, 25%가 우울 등 건강문제를 호소한다. 증상 악화로 인한 일상생활도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44%이고, 직업 중단 기간도 7년 정도 된다.
단순히 일반 천식이라 생각하다가 중증천식이라고 진단받기도 어렵지만, 중증천식 환자들의 치료환경은 국내에서 매우 열악하다.
중증천식에는 생물학적제제가 효과적이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약값이 10배 이상 들기 때문이다.
중증 천식 환자는 10~20년 장기간 치료받아야 하는데,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중증 천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골다공증·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쓰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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