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풀무원 로스팅 라면 제품 라인업.
대한민국 수도 서울 명칭이 들어간 '서울라면'이 지난 1월 출시됐다. 풀무원이 서울시와 함께 출시한 라면이다. 서울시는 이에대해 일본 '도쿄 바나나빵', 홍콩의 '제니쿠키'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굿즈로 라면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서울라면을 만든 회사는 두부와 콩나물로 유명한 풀무원이다. 서울시는 풀무원의 바른먹거리 경영이념, 최소첨가물 원칙 등이 서울시의 브랜드와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라면은 출시 두달만에 65만개가 팔려나갔고, 이달 중에는 미국 등 세계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서울시와 풀무원이 함께 출시한 서울라면.
서울시와 풀무원이 함께 출시한 서울짜장.
■시대를 앞서간 풀무원, '건면'의 시초
'바른먹거리의' 대명사 풀무원은 '라면은 건강에 해로운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1995년 냉장 생면을 이용한 라면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기름에 튀긴 유탕면 대신 건강에 좋은 건면을 첫 선보였지만 유탕면의 맛과 식감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했다.
2000년 중반 웰빙 열풍이 불면서 몸에 좋은 라면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갔다. 라면 업계도 칼로리가 낮고 포화지방이 적은 라면을 속속 출시했다. 2011년 풀무원은 건면 2.0 시대를 열고 '자연은 맛있다'를 론칭했다. 자연은 맛있다의 대표 상품인 꽃게짬뽕은 출시 2달 만에 200만개가 판매되며 건면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라면 업계에서 후발 주자였던 풀무원은 건면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서서히 시장을 키워나갔다. 2016년 출시한 '육개장칼국수(육칼)'는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내 건면 시장 '1000억원' 시대를 최초로 열었다.
풀무원은 건면 제조 기술을 매년 갈고닦았다. 2017년에는 제면기술 특허 '다양한 생면 식감 구현이 가능하며 공극이 많아 스프 배임성이 우수한 건면의 제조방법'을 획득했다. 칼국수, 라멘, 쫄면, 냉면, 소바 등 요리에 따라 건면을 맞춤형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풀무원은 2020년 8월 정백홍면 3종을 출시하며 건면 3.0시대를 열었다. 자연건면은 크게 '로스팅 라인'과 '퀴진 라인' 두 축으로 운영된다. 전자는 원물 그대로 재료를 고온 로스팅해 선명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후자는 건더기를 풍부하게 넣은 프리미엄 면요리를 추구하는 라인이다. 로스팅 제품은 최근 출시한 서울라면과 서울짜장을 비롯해 돈코츠라멘, 정백홍 3종 등 총 12개 제품군이 있다. 퀴진 라인 제품은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 메밀 비빔면, 듀럼밀 투움파 파스타 등 라면을 넘어선 간편식 요리 제품이 중심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 라면은 생면을 천천히 바람에 말려 면발이 탄력 있는 100% 자연 건면"이라며 "바른먹거리 원칙을 적용해 라면에도 엄격한 첨가물 관리를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정면.
■웰빙은 이어진다..비건 라면 틈새시장 공략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지난 12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수서 본사에서 '글로벌 넘버1 지속가능식품기업'의로 도약 의지를 밝혔다. 풀무원은 기업미션의 4대 핵심전략으로 △식물성지향 △동물복지 △건강한 경험 △친환경 케어로 정했다.
풀무원은 지난 2020년 '자연은 맛있다'를 새 단장하며 채식 라면인 '정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정면'은 비건 라면이지만 심심하지 않고 라면 본연의 맛을 잘 살려 호평을 받았다. 정면은 한국비건인증원 인증을 받은 최초의 비건라면이다. 자연은 맛있다의 '정백홍' 3제품은 각각 ‘정면’은 건강한 맛, ‘백면’은 아이들을 위해 만든 깊고 진한 맛, ‘홍면’은 매콤한 맛을 즐기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2020년 이후 현재까지 풀무원 건면 중 로스팅 라인업 매출 비중은 약 50% 정도"라며 "이 기간 로스팅 라인 매출 성장률은 51%로, 누적 판매량은 6000만개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면 시장에서 후발 주자의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다. 현재 판매 중인 라면 제품 1위부터 10위까지 중 '불닭볶음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1980년대 개발된 제품이다. 풀무원은 보수적인 라면 시장에서 대형 광고모델을 쓰고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는 대신 고품질, 건강한 식생활을 무기로 서서히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서서히 입소문과 고객 경험을 통해 '구매고려군'에 풀무원의 제품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라면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농심(55.5%), 오뚜기(21.3%), 삼양식품(11.7%), 팔도(9.0%) 등 빅4가 전체 97.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 살' 풀무원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풀무원은 '프리미엄 메밀 건면' 삼총사로 올 여름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밀소바'(2017년), '메밀비빔면'과 '들기름 메밀막국수(2023년)'로 여름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라면 트렌드는 국내에서 잘되는 라면이 해외에서도 잘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건면을 대표하는 회사인 만큼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심을 해외에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메밀건면.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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