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똘똘한 인재 뽑고
데이터분석 직원만족도↑
기업-직원 유대강화 큰힘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입사 면접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관상을 보는 사람이 대기업 입사 면접관으로 참여했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로, 면접장에 누가 앉아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지원자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었다. 인재를 뽑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원자 모두가 입사만 시켜주면 회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장담하고, 이력서에 적힌 '스펙'마저 대동소이하니 누구를 뽑아야 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AI 면접 소프트웨어가 면접관을 보좌하면서 지원자의 언어 사용과 표정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성격과 기질을 예측하며, 회사가 뽑고자 하는 인재상에 일치하는지 판단해서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류전형, 입사시험 등에서 나타난 지원자의 특성에 따라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단서도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공들여 뽑은 인재들도 일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평소 자신이 선망하던 기업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가기 위해 이직을 시도한다. 직장에 대한 평을 공유하는 앱에 접속해서 조금이라도 더 평이 좋거나 대우가 나은 곳, 일과 여가의 균형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인재가 적지 않다. 기업들도 신입직원 입사 후 만족도를 높여 우수인재를 최대한 뺏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한 달에 400만명이 넘고, 연간 5000만명에 이른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전체 노동자 1억6000여만명 중 거의 3분의 1이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연간 자발적 이직자 수가 2011년과 비교할 때 2021년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고 하니 기업의 인사관리가 여전히 노동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실패라 하겠다. 이러한 실패는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터를 떠난 직원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떠난 사람이 받던 임금의 두 배가 비용으로 소모된다는 분석도 있다. 높아지는 이직률은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생산품의 품질저하도 초래하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잦은 부실공사 시비도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업의 특성을 선호하지 않는 젊은 구직자들의 외면으로 인해 현장인력이 부족해지고, 따라서 단기계약 직원이나 비숙련 노동자를 활용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건설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조선, 반도체, 보건의료, 방산 등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첨단산업들이 인력부족으로 흔들려서는 안 되겠다.
흔히 HR로 불리는 인사관리 영역에서도 AI 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 인사관리를 과학화하겠다는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가 각광받고 있다. 특정 직원이 얼마나 이직할 확률이 높은 사람인지 분석하기 위해 법이 허용하고 본인 동의가 있는 범위 내에서 지각·조퇴 빈도, 직무만족도, 업무량, 동료 직원과의 협업 빈도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직원의 근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조치를 적시에 취한다면 유능한 직원과 오래 함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직원들의 통근시간, 교통편의성 등을 관찰해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오픈오피스 개념으로 여러 사무실 중에 집과 가장 가까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직주근접'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으므로 통근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직원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원이 자기계발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향상시켰을 때 관련 부서로 배치해준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동료와의 트러블로 우울해진 유능한 직원을 본인 희망에 따라 신속히 부서이동해 준다면 좋은 인재와 오래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만든 AI가 기업과 직원의 유대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잠재력에 주목할 시기가 되었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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