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피해보상 의무화에도 합리적인 규제 개선 검토 없어 논란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 휴대폰 등 통신상품을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취급하던 한 업체는 최근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갤럭시, 아이폰 등 제품 한 개 출고 가격이 160만원을 넘는 최신 스마트폰을 판매하였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은 개별 재화 가격을 16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의 제품 상한선을 개당 16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판매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가 인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제조합 설립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이 완벽하게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다단계판매 개별 재화 가격 규제는 지난 1995년에 생겼다. 1995년 100만원이던 개별재화 가격은 2002년 130만원으로, 이어 10년이 지난 2012년에 160만원으로 상승된 이후 12년째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저임금 규정만 해도 2012년 4580원에서 9860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물가상승과 국민 소득 증가에도 관련 금액 규제는 합리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글로벌 업계는 물론 유통산업 다른 분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별 재화 가격 규제가 도입될 당시엔 고가 내구재 거래 시 환불 부담으로 인해 판매업자들이 대금 반환을 기피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단계판매산업의 소비자보호장치가 다른 유통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마련돼 있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의무화로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가 도입됐던 시기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의 경우 관련 고시에서 규정한 피해보상 금액보다 3배 큰 금액인 소비자 600만원, 판매원 1500만원을 피해보상한도로 보장하고 있으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서도 관련 고시에서 규정한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보장을 하고 있다. 이미 고가의 제품 또한 보상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완벽히 마련돼 있다.
이러한 개별 규제 가격 제한 완화에 대한 목소리는 지난 2022년 소비자법학회에서 개최 방문판매법 개정 심포지엄에서도 나왔다. 당시 다단계판매가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해왔으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성장세가 정체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제2주제 발표자인 김세준 교수는 “160만원 개별 가격 제한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문화된 규제를 폐지하고 공제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불법다단계'회사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없애거나 적어도 개별제화 가격을 3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침체된 업계가 새로운 상품 발굴을 통해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단계판매업 및 후원방문판매업의 개별 재화가격 제한을 완화하고,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통지의무를 면제해 즉시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