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배터리 생산직 중심 전환
롯데케미칼 다음달 시범운영
‘워라밸 중시’ 젊은층 요구 커져
"산업계 전반 빠르게 확산될 것"
'쉴 때 쉬고 놀 때 놀자'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올해도 석유화학과 배터리업계를 중심으로 생산직의 '4조 2교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되면서 4조 2교대 전환은 전 산업계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롯데케미칼 6월 첫 시범운영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다음달 25일 전남 여수 3공장을 대상으로 근무 방식을 기존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꿔 운영한다. 이후 오는 12월부터는 시범운영 범위를 여수 전체 공장으로 확대한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통해 근무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내부 의견을 취합한 뒤 전사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 근무 방식 전환을 검토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롯데케미칼 여수 사업장 노동조합은 지난해 4~6월 내부적으로 4조 2교대 전환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설문 조사 대상자 중 과반이 참여하지 않은 탓에 시범운영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지 못했다. 이후 4조 2교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년여간 다양한 논의를 거친 결과 다음달 시범 운영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4조 2교대를 시범 운영하는 건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몰아서 쉬고 몰아서 일하자'는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4조 2교대는 하루에 12시간씩 2개조가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근무 방식이다. 4조 3교대(근무 시간 8시간) 대비 하루 근무 시간은 4시간 늘지만 몰아서 일하는 만큼 연간 휴가 수도 80여일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 욕구가 높은 젊은 층 사이에서 "4조 2교대 인기가 높다"며 "다른 석화사들도 면밀하게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 전반 확산 속도
한화솔루션도 꾸준히 4조 2교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 사업장은 이달 10일 4조 2교대의 장점과 단점을 상세히 담은 홍보물을 내부 배포했다. 한화솔루션 노조 관계자는 "근무 방식 교대 요구가 지속돼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르면 다음달 4조 2교대 전환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찬성, 반대의 비율이 각각 52%대 48%로 비슷해 부결됐다. 한화솔루션은 참석자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근무방식을 바꿀 수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50대 이상 직원들의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SKC 자회사 SK넥실리스도 4조 2교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 노사 협의회에서 활발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2월 4조 2교대 파일럿 운영을 거쳐 9월 일부 공장에 정식 도입했다.
배터리 업계도 근무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올해 초 기존 3조 2교대였던 근무 방식을 4조 2교대로 바꿨다. 이밖에도 정유업계(에쓰오일), 철강업계(현대제철), 디스플레이업계(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업계에서 속속 4조 2교대 근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4조 2교대 전환은 사실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요구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