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
삼성, HBM3E 납품에 사활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올해 1·4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는 '깜짝 실적'을 달성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AI 시장의 공고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올 하반기 엔비디아가 출시 예정인 차세대 GPU에 탑재되는 HBM3E(HBM 5세대) 물량을 따내기 위한 기술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1·4분기(2~4월) 매출 26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71억9000만달러) 대비 261.5%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는 국내 반도체 기업엔 기회다. GPU에 필수 탑재되는 HBM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3사가 독점 생산한다. AI 시장 성장세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 물량은 세계 GPU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칩에 들어간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생태계 편입 없이는 HBM 시장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시장 주류인 HBM3(HBM 4세대)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단독 납품하고 있다. 3사 중 HBM3를 가장 먼저 양산하며 엔비디아와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3E 시장에서도 치고나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24GB 용량의 HBM3E 8단 양산 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HBM3E 12단도 올 3·4분기 양산 후 내년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 36GB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추격 예고에도 SK하이닉스는 여유로운 모양새다.
실제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임원(부사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HBM3E 목표 수율(양품 비율) 80%에 거의 도달했고, 해당 칩 양산에 필요한 시간도 50% 단축했다고 밝혔다. 수율만 알면 대략적인 생산 규모, 매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수율은 극비사항이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이를 대외에 공개한 것은 기술 우위에 강한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 열세를 뒤집기 위해선 엔비디아의 HBM3E 물량을 따내야 한다.
HBM3E가 8개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B100(블랙웰)'은 로드맵대로 올 3·4분기 양산, 4·4분기 출하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통과하면 엔비디아 공급 길이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3E 납품에도 실패할 경우 회사 안팎에 미칠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며 "차세대 HBM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최우선과제"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