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플레이어는 1990년대만 해도 테이프의 대를 잇는 주류 음향 기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MP3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런 CD 플레이어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에스파 덕분에 100만대 이상이 팔릴 기세여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에스파 정규 1집 '아마겟돈'의 CD 플레이어 버전 예약판매를 한 결과 순식간에 품절됐다. 이 버전의 정식 출시 시기는 오는 7월 19일이다.
CD 플레이어 버전은 앨범을 바로 재생할 수 있는 CD 플레이어를 포함해 포토 카드와 그래픽 스티커 등으로 이뤄졌다. 앞서 영상으로 공개한 CD 플레이어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해 에스파 음악을 실물로 소유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가격은 14만5000원이다.
일반 앨범만 사는 것 대비 훨씬 비싼 가격임에도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사람만 1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에스파는 지난 3개 앨범 연속 초동 100만장 돌파를 기록한 그룹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아이돌 팬들은 랜덤 포토카드를 받기 위해 음반을 여러 장 산다. 포토카드는 현재 K팝 업계에서 음반 판매량을 견인하는 핵심 상품이다. 실물 음반을 구매하면 한두 장이 랜덤하게 들어 있어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문제는 포토카드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이를 얻으려는 팬들이 앨범 수십~수백장을 구매하고 포토카드만 챙긴 뒤 CD는 버리고 음악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포토카드 마케팅이 음반 차트를 교란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최근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업계에서 랜덤 (포토)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시장이 비정상적이 된다”고 비판해 화제가 됐다.
이에 에스파는 새 앨범을 CD 플레이어를 포함한 패키지 형태로도 선보이는 것은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것 또한 상술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에스파 CD 플레이어는 회로 기판이 다 보이는 투명한 형태로 작동 시 하단에서 다양한 불빛이 뿜어져 나온다. 블루투스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되는 LCD 창에는 에스파 특유의 폰트를 확인할 수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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