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안정적 현금흐름 선호
1년 반 지나도록 신상품 안나와
[파이낸셜뉴스] 분배금을 자동 재투자한다는 구조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TR(Total Return)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1년 반이 지나도록 새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배당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시되는 투자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TR형 ETF는 TIGER 미국S&P500TR(H), TIGER 미국나스닥100TR(H)이다. 지난 2022년 11월 25일 동시 상장했고, 이후로는 신규 상품이 없었다.
증시에 새로 입성한 자산운용사는 5년 가까이 제로(0)다. 2019년 8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ACE 200TR, NH-Amundi자산운용이 HANARO 200TR과 HANARO MSCI Korea TR을 들고 나온 후 9번째로 합류한 곳이 없다.
TR형은 투자 수익을 분배금 형태로 ETF 보유자들에 지급하는 PR(Price Return)형과 달리, 편입종목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재투자 재원으로 쓰는 전략을 구사한다. 배당금이 늘어나거나 추종 지수의 상승률이 높아지는 경우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익금에서 세금을 차감한 후 자금을 재투자하는 일반 공모펀드와 다르게 세전금액이 고스란히 다시 투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TR형은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배당소득세를 낼 이유도 없다. 세금이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당이 나올 때마다 과세 처리를 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1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TR를 국내 최초 TR형으로 상장하며 시장을 열었고, 2018~2019년 15개 상품이 잇따라 나오며 수수료 출혈 경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ETF 자체 수익률을 높이기보다 분배금을 받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자 하는 선호가 커짐에 따라 TR형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정책·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가 수익률이 부진한 탓에 자연히 운용사들도 출시 동기를 상실했다. ETF 수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분배금을 그대로 같은 상품에 넣기보다 일단 현금으로 받아 자신이 원하는 ETF에 나눠 투자하려 한다는 뜻이다.
급기야 월배당형 ETF까지 등장했다. 2022년 6월 신한자산운용을 시작으로 현재는 60개까지 늘었다. ETF 투자 경향이 바뀐 셈이다.
TR형 ETF가 다시 활성화되려면 이런 흐름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먼 얘기다.
지난 22일 기준 TR형은 27개로, 전체(864개) ETF 가운데 3.1%에 불과하다. 순자산총액 역시 144조3110억원 가운데 6.7%(9조6511억원)에 그쳤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매매차익에 중점을 두기보다 고배당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TR형 수요 자체가 없다”며 “주요 고객층이었던 외국인들은 대표지수 추종 ETF만 찾기 때문에 테마나 특정 산업에 집중하는 상품을 내놓을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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